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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함을 반복하면 닳아질 거야

끝끝내 형태는 추상으로 남을 텐데

by 박관민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을 끝없이 사랑한다 말해주고 만져주면 다 닳아 없어질까 봐 걱정이다

떠나는 건 결국은 나이지만 궁상맞게 그리움을 외치는 것도 나 일 텐데 뭐 이렇게 금방 질려하고 떠남을 반복할 거였으면 애초에 시작을 왜 하니

고독, 사랑, 응고된 혈액, 흩어진 잔해, 말라위..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흔들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은데 불안정한 자신이 지독하게 미워서 사랑을 결속으로 모든 걸 묶어버리고 싶은 거다 그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래야만 내가 마음껏 바라보고 만질 수 있으니까

생존 방식. 거기까진 좋아 너무 좋다 근데 나는 무언갈 놓는 것에 대한 희열감을 느낀다 사랑했던 모든 것을 끝자락에 떨치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평생을 약속 후 낭떠러지까지 손 잡고 걸어가는 과정 그 후 다시 또다시


그만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라고 나한테 단단히 말해줘야 할 때다 우울이 주는 희열감, 절망에 매료되는 감각, 날 떠나는 순간 헤아리기 어려운 표정, 떠남을 고해놓고 죽도록 깜깜한 밤 안에 감싸져 있는 느낌

이제는 중독적인 순간을 끊어내고 악순환이 반복되며 나약하고 가련하게 앉아있는 나를 돌보는 멍청한 짓은 그만하고 진짜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진심과 진실 마음과 마음이 엮여 나오는 시너지 그리고 내가 함께하자고 엎은 말을 지킬 수 있는 책임이 날 대변해주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사랑은 쉬웠고 이별도 쉬웠다 내가 원하는 게 생기면 잠깐의 공간, 시간에 나를 죽여서라도 끝끝내 가졌으니까 그리고 미련 없이 옷장 안에 밀어 넣고 집을 떠났으니 날 찾을 수는 없었겠지 내가 찾아갔으면 찾아갔지. 나는 어디에 있는지 알 테니까

이기적인 놈이었다 지금도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끝까지 노력할 거다 사랑에 빠지는 작업과 과정은 매 순간 진심으로 다가갈 거다

이제는 닳아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를 위해 망가지고 헝클어진 대상을 과거에 나를 위해 희생해 준 모습과 현재 모습도 내가 죽을 때까지 이뻐해 줄 테니 잠깐 멀어지더라도 내가 다시 돌아올 테니 걱정 말라고


나 또한 닳아짐을 두려워하지 않을 테니 잔뜩 바라보고 감싸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동정이 아닌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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