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점점 재밌어지는 육아
육아 경험 42개월. 나는 육아가 정말 재밌다. 넷플릭스보다 재밌고, 유튜브보다 재밌다. 플레이스테이션 보다 재밌고, 축구보다 재밌다. 다른 모든 것보다 조금 더 재밌는 것 같다. 그래서 육아에 쏟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물론 재미가 아닌 의무에 따라 투여된 시간도 상당하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신생아 일 때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작은 생물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른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 조금 더 커서 의미를 담은 말을 하기 시작하면, 감동은 배가 된다. "아빠' 그런 말. 걷기 시작하면, 액티브한 재미가 더해진다. 한걸음 한걸음 따라다니며, 세상 사는 모든 동물에 대한 경외심이 든다. 뛰기 시작하면, 이만한 스포츠가 없다. 약동적인 움직임에 열광하고 환호하며, 내가 응원하는 프로축구팀이 역전승했을 때보다 기분이 좋아진다. 24개월 넘어 언어에 대한 깊이가 더해지면, 하루하루 어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때는 다른 것 다 필요 없을 정도로 재밌다.
42개월 나의 딸아이는 대들고, 울고, 무시하고, 도망가고, 떼쓰고, 삐치고, 반항한다. 그러면 나도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흥분하고 맞서 싸운다. 이 또한 재밌다는 거다. 스포츠나 드라마를 보면 화도 나고 울고 짜증 나고 흥분된다. 그 재미에 보는 거다. 그런 스포츠, 드라마보다 아이랑 감정을 섞는 것이 10배 정도 재밌다. 요즘 아내와 내가 가장 크게 웃을 때는 딸아이의 성장 징후를 볼 때다.
토요일 아침, 잠에서 덜 깬 아이가 내 품에 안겨서 잠의 여운을 뱉어내고 있을 때,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물었다.
"언제까지 육아가 재밌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아빠 엄마보다 친구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연예인에 관심을 쏟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할 때. 아빠가 뭘 알아? 라며 억지스러운 자신의 논리를 늘어놓을 때.
중학교? 불만이 많아지고 학업 성적이 중요해지며, 자기 방문을 쾅하고 닫고 들어가 틀어박히는 사춘기.
고등학교? 아빠와 멀어지고 같이 놀지 않으며 대화가 뜸해져서 뭐 하고 사는지, 뭔 생각하는지 모를 시기.
여기까지 상상하니깐 소름이 끼치네.
"사고 치기 전까지." 아내가 대답했다.
아내가 말하는 사고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혔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거나. 우리 가족이 아닌 대외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에서 부모님을 불렀을 때. 그때까지 재밌을 거라고 아내는 말했다. 확실히 그때는 정말 재미없겠다. 나는 일부 동의했다.
아마 나는 재밌을 나만의 의지는 평생 확고할 것이다. 나는 계속 재밌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내 딸아이는 지금처럼 아빠바라기로 있어주지 않을 테다. 많은 육아 선배들이 얘기한다. 그때가 한창 예쁠 때라고.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시기는 금방 끝날 거다. 지금이야 최고 좋아하는 목록에 아빠가 최상위에 있겠지만, 점점 아빠의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다. 그때부터 재미가 떨어지겠지. 이런 생각을 하니, 아빠는 벌써부터 슬프고 심심하다.
그럼 내가 해야 하는 것은 가늘고 길게 그 수명을 늘리는 노력이다. 무엇을 하면 될까? 고민해 봤자 어차피 답은 하나다.
"같이 있고, 같이 놀고, 같이 웃고, 같이 걷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먹는다. 하여튼 많이 많이 같이 한다." 그러면 나는 보다 오래도록 육아를 즐길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