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만 밥을 잘 먹을까?
# 김자반에 간장닭고기해서 밥 두 번 먹었습니다~!
# 오늘도 식판을 깨끗하게 비워주었어요. 칭찬 많이 해주세요!
# 오늘 반찬 남김없이 싹싹 깨끗이 먹었답니다~!
믿어지지, 아니 믿을 수 없는 알림이다. 매일 14시가 되면, 키즈노트를 통해서 어린이집 알림장이 도착한다. 그 알림장에 묘사된 아이의 식사는, 나의 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혹이 생길 정도다.
우리 딸이 이렇게 밥을 잘 먹을 리가 없어.
의심과 의혹이 쌓이고 쌓여 내 마음에 응어리가 되었다. 알림장을 확인하면 불편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진짜일까? 다른 아이와 착각하진 않았을까? 그래, 그럴 거야. 아이가 한두 명이 아니잖아. 하지만 혹시?
그렇게 나는 기어이 사실을 확인하러 갔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회사의 허락을 받고(연차 휴가) 나는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10시에 도착한 나는 간단히 인사드리고, 조리실로 향했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작업 도구(앞치마와 조리모)를 억지로 착용하고, 조리실에 입성. 우리 집에서 식사를 도맡아서 준비하고 있는 만큼, 나는 조리사님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설거지뿐이다. 뚱뚱한 아빠에게 맞는 고무장갑도 없어서 맨손으로 했다.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임하여 모두 완료한 뒤에, 나는 구석에서 볶음밥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정말 그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아, 한번 간 봤다. 좀 싱거웠다.
이제 나의 원초적 목적에 돌입한다. 아이와 같이 식사를 할 시간이다. 아이들은 식사 시간에 앞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깨끗이 손을 씻었다. 자기 수건을 찾아 손에 물기를 없앤 뒤, 아이들은 식판을 들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순차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아이들 모두 대견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컸어요.
"오늘은 아빠 선생님이 왔어요~"
나는 아빠 선생님으로 불렸다. 선생님들을 도와 아이들 식판에 알맞게 배식을 하고, 나도 딸아이의 옆자리에 앉는다.
"두 손 짝~ 소리 없이 짝~"
익숙한 노랫소리를 끝으로 아이들은 식사를 시작한다. 정말이지 열심히 식사를 한다. 이건 뭐예요? 저건 뭐예요? 바지에 흘렸어요. 새우 못 먹어요. 시끌 시끌 재잘재잘. 말하면서 열심히들 먹는다. 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 딸아이 옆에 앉은 남자아이에게 한마디 한다.
"우와, 영식이가 양배추를 잘 먹네~"
자, 이 한마디부터 잘 먹기 국가대표 선발전이 시작된다.
자신이 잘 먹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그들의 경쟁은 작은 소란을 일으킨다.
양배추가 입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계속 나를 쳐다보며 멈춘 아이.
한참 씹은 양배추를 기어이 보여주는 아이.
크게 입을 벌려 증빙을 제출하는 아이.
큰 소리로 먹는다고 소리치는 아이.
나는 그들에게 일일이 반응해 주고 엄지 올려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많은 엄마들이 말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애들이 잘 먹는 것은 친구들이 있어서라고, 군중 심리라고. 아니, 그것과는 달랐다. 이것은 경쟁심리와 인정욕구의 그것과 닮았다. 여기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보고 칭찬하고 응원하는 관중. 그리고 내 옆의 경쟁자다. 나는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그들은 스포츠맨이다.
그럼, 정작 나의 딸아이는 어땠을까? 아빠 선생님 등장에서부터 이미 망했다. 아빠 다리에 달라붙어서 손 씻는 것도 잊었다. 배식하고 있는 아빠를 큰소리로 부른다. 옆에 앉으니, 친구들에게 아빠 웃긴다고 자랑한다. 식사 상태가 온전할 리 없었다. 담임 선생님은 민망했는지, "평소에 잘 먹는데, 오늘은 이상하네." 하면서 웃으셨다. 경쟁심리와 인정욕구에 따라서 친구들에게 지고 싶지 않은 심리로 볶음밥은 다 비우고, 반찬은 다 남겼다. 이 정도면 집에서보다 잘 먹기는 하다.
결국, 딸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확인하겠다는 당초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의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한 경쟁. 12명 남짓 아이들의 식사를 하나하나 챙기는 2명의 선생님의 노고. 떠먹여 주기도 하고, 칭찬해주기도 하고, 흥미를 북돋아주기도 하고, 입을 닦아주고, 잔반을 처리해 주셨다. 정말 고생이 많으시다. 잔반 정리가 거의 되었을 때, 담당 선생님께서 나에게 일을 던져 주셨다.
"얘들아~ 아빠 선생님한테 책 읽어줄까?"
자, 이 한마디로 책 읽기 국가대표 선발전이 시작되었다.
12명의 아이들이 전부 나에게로 달려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책 내용을 단숨에 풀어놓기 시작했다.
정말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수고가 많으시다.
몸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