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여기 원숭이가 한 마리 있다.
그는 동정을 사거나,
때로는 위엄과 자신감을 보이거나,
때로는 진실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는 거짓말과 진실을 적절히 섞으며 사람들에게서 황금을 얻는다.
사람들은 원숭이의 동정에 때로는 눈물을 보이며,
때로는 기개와 위엄에 매료되며,
때로는 진실된 모습에 감화되어,
원숭이에게 황금을 준다.
원숭이는 황금을 더, 더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원숭이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자신도 속이고 있었다.
더 많은 황금을 좇을수록, 원숭이는 황금을 잃고 만다.
황금은 알고 있다.
금을 좇는 자는 달아나고,
금을 멀리하는 자는 다가온다는 것을.
탐욕스러운 원숭이는
결국 황금을 모두 잃었다.
황금을 모두 잃고, 다시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그는 또다시 동정을 사거나,
때로는 위엄과 자신감을 보이거나,
때로는 진실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사람들은 점점 그것의 모습에 이상함과 기시감을 느낀다.
원숭이가 우리를 속이고 있다고 하나 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분노하며 원숭이의 가죽을 벗겨야 한다고 외친다.
누군가는 슬퍼하며 잃은 황금에 대해 통곡한다.
누군가는 냉소하며 원숭이가 말해온 진실들을 모두 거짓이고, 기만이라고 말한다.
나는,
나는 한 소년이 거짓말을 하기 전,
진실로서 사람들을 감동시키던 시절의 소년과 친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소년을 기억하고 있고, 기억하고 싶다.
잠깐 바람이 불면,
폭풍이 몰아치면 모습이 흔들릴 수 있어도,
그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실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그 소년을 믿는 사람은,
원숭이를 믿는 사람은,
믿고 싶은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원숭이의 주위에는 아무도 원숭이를 진실로 믿는 사람이 없다.
원숭이는 여전히 나에게는 호의적이다.
원숭이는 여전히 나에게는 진실들을 알려준다.
그러나 나는,
그 말들 사이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의심을 멈출 수가 없다.
사람들을 속여왔듯이,
교만함과 오만함으로 자기 자신을 속여왔듯이,
원숭이는 나를 속이고 있는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
또는 속이고 있다는 그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지
나는 그 의심을 멈출 수가 없다.
한번 거짓말을 시작한 원숭이를,
나는 어디까지 믿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진 것인가?
나는 보인다.
원숭이가 되어
나와 사람들을 기만하는
한 소년이 보인다.
원숭이가 되어
자기 자신도 속이는
한 소년이 보인다.
거짓말하는 자는 믿지 말아야 한다고?
거짓말은 습관이라고?
원숭이는,
그런 원숭이는,
가죽을 벗겨야 한다고?
그렇다면 당신도,
가면을 어느 정도 벗어주길 바란다.
연극을 끝내고,
벌거벗은 채로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그런 추위를,
서리를 안은 채로
나와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
이익을 위해 치졸한 가면을 쓰고,
해를 피하기 위해 조용히 입을 닫고 있는 가면을 쓰고,
해를 가하기 위해 교묘하게 비틀어 말을 하는 가면을 쓰고,
진실의 단편을 곡해의 여지로 말하고 정치하고,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가면들을 쟁여두고…
나와 당신은,
이 원숭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당신은,
원숭이를 욕할 만큼 순수(純粹) 한가?
이 원숭이를,
나는,
당신은,
마음껏 욕할 자격이 있나?
나는 다르다고,
나는 사연이 있다고,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고?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은 원숭이의 사연을,
원숭이가 피눈물로 지내온 밤들을,
아직 듣지 않지 않았나?
결국,
나도,
당신도,
황금을,
안락함을,
권력을,
원숭이처럼,
순수를 포기하고,
원하며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린,
대체 그럼,
원숭이랑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