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엄마에게 미안한 딸이다.

워킹맘이 되어버린 나.

by ㅇㅇㅇ입니다


[단축근무의 아이러니]

단축근무를 하다 보면 정상근무 하는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 일상이다.

"퇴근하겠습니다"와 동시에 나오는 "부럽다"의 감탄들.

하지만 나에게는 퇴근과 동시에 또 다른 삶의 출근일 뿐이었다.

누군가의 엄마로 돌아가는 시간.

이런 상황들을 마주할수록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내가 나를 힘들게 만드는 걸까”라는 답이 없는 의문들만 쌓여간다.

그리고 그렇게 다음날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출/퇴근길은 문제집 푸는 시간]

나에게 퇴근길은 매일같이 숙제가 있었다.

아이에게 변비라도 찾아온 날이면 그날은 유산균, 식습관에 대해 공부하는 날.

아이가 낮잠 자다 운다고 하면 그날은 수면교육에 대해 공부하는 날.

나의 월급은 검색의 결과로 구매한 유산균, 철분제 등을 위한 돈이었다.


아이들은 단계마다 해내야 할 것이 왜 이렇게 많은지..

특별한 걱정이 없는 날은 나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기 바빴다.

개월수가 1개월씩 올라갈 때마다, 개월수의 성장과정을 검색하기 바빴다.

개월수에 맞춰 장난감을 구매하기 바빴으며,

집에 돌아가면 재미있게 놀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어느덧 나는 출퇴근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마음 편하게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인스타의 릴스나, 유튜브의 숏츠를 보는 게 좋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는 눈치가 있지만 없는 사람입니다]

우리 회사는 대체적으로 야근이 없는 회사다.

대부분 평온한 날들이지만 아주 가끔 급하게 문제가 생겨서 해결해줘야 하는 날들이 있다.

오전에 그런 업무가 들어오면 마음 편히 진행하지만 퇴근을 앞뒀거나 퇴근 후에도 일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정말 곤란하다.


여기서 단축근무의 단점이 하나 나온다.

나에게 야근은 남들에게 야근이 아니다.

나는 야근을 하지만 다른 직원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근무날일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 나의 퇴근시간을 챙기지 않으면 아이를 만나러 가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퇴근시간을 정확히 지켜서 퇴근하는 게 눈치가 보였지만 점점 천진난만한 척하며 “퇴근해 보겠습니다 “하는 내가 되어있었다.


불가피하게 야근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나는 아래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남편의 조기 퇴근이 가능한가

(2) 엄마가 갑자기 와줄 수 있는가

(3)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며 다른 팀원에게 업무를 맡길 수 있는가

(4) 어린이집에 급히 연장보육을 신청할 수 있는가


어떤 선택을 해도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다.

3번의 선택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가지는 내 가족한테 미안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 남편은 미팅이 워낙 많은 근로자.

아이의 어린이집은 가정 어린이집으로 연장 보육 하는 아이들이 없다.

결국, 선생님의 야근이 있지 않고서는 연장 보육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엄마의 도움이 간절해지는 시간.

이마저도 엄마가 아프거나 바쁘면 방법은 하나다.

팀원들에게 사정을 구하며 혼자 퇴근하는 법.

워킹맘도 모르지 않는다.

지금 이 사람들의 머릿속의 생각을…

하지만 밝은 척, 감사한 척하며 퇴근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향해 움직인다.


[빠릿빠릿 일해라 나 자신]

실수를 맞이하고 나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만회다.

어제와 같은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그다음 날은 나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아무리 친한 동료여도 부탁이 계속되면 짜증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부탁하는 상황이 언제 생길지 모르는 사람.


내가 할 수 있는 건 평소에 그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 일이다.

동료에게 일이 많아 보이면 먼저 물어보고 업무를 가져오기도 하고, 동료의 질문에 피드백도 빠르게 해줘야 한다.

출산과 동시에 업무능력치를 잃어버려, 문제해결의 능력이 떨어지지만 최대한 머리를 써본 자.

어떻게든 해결하고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제의 미안함도 가벼워지고, 동료의 눈치도 보이지 않는다.


후, 오늘도 무사히 회복했다!

오늘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향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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