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보폭으로 꾸준히 공간을 채우는 카페 치치하하

정읍 사람들 |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치치하하가 정읍에서 젊은 사람들이 문화욕구를 해소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시청과 세무서 등의 관공서, 지역 특산물인 쌍화차 거리가 자리잡은 정읍시 수성동. 이곳에 3년째 자리한 카페가 있습니다. 달콤한 크림라떼와 예쁜 그림이 그려진 라떼. 카페에 놓인 독립출판책과 디자인 제품, 비건을 위한 오트밀 음료까지. 카페에 놓인 물건들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정해진 시간에 열고 닿는, 그 안에서 자기만의 속도대로 삶의 요소를 채워가는 곳.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정읍에서 자신만의 보폭으로 일상을 가꾸며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있습니다. 정읍에서 색깔있는 문화요소를 품고 사람들을 맞는 작은 카페, 치치하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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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삶의 속도를 늦추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부모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읍에 내려왔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릴게요.

정읍에서 치치하하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송환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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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입구에 사람 얼굴이 그려진 캐릭터가 있더라구요. 그걸 보고 내부로 들어왔는데 대표님을 보니 “그림과 똑같다” 싶었어요.

카페를 운영하는 저희 두 부부의 얼굴을 모티브로 제가 작업해서 만든 거예요.


카페 이름이 일본어로 ‘아빠(치치, ちち) 엄마(하하, はは)'라는 뜻이지요.

엄마 아빠라는 단어에는 무척 친근한 느낌이 있잖아요. 부르거나 듣기에 좋은 이름을 찾다가 카페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름을 지은 후 의미부여한 부분도 있긴 한데, 공간 이름이긴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제 생각이 반영된 것 같아요. 정읍에 내려오기 전에는 인테리어 쪽 일을 했어서 야근이 많았어요. 아이하고 시간을 좀 더 보내고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서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정읍으로 내려왔지요. 처음에는 커피 애호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직접 만들게 되었고, 지금은 판매까지 하게 되었네요.


사는 곳으로 정읍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했어요.

살고 싶은 지역 후보가 몇 군데 있었어요. 강원도와 제주도였는데, 제주도가 좀 어려울 것 같아서 강원도 쪽으로 알아보려고 그곳에서 한달 살기를 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강원도의 집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세 번째 선택지인 정읍에 왔어요. KTX가 다니는 곳이기도 하죠. 이곳은 전반적으로 조용해요. 서울 같은 도심과 달리 공간적으로 굉장히 여유가 있으니 운전을 하기에도 편하지요. 도시 인프라가 많이 없어서 병원을 가야 할 때 큰 도시로 나가야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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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 스스로 제어하는 삶


이 곳에서의 삶은 시간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요.


정읍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자영업자라 많이 쉬지는 못하지만 내가 쉰다고 하는 날에 쉬고 일한다고 말한 시간에 일을 할 수 있어요. 정서적인 면에서는 삶의 속도가 많이 느려졌고요. 이전에 하던 디자인 쪽 일은 갑자기 야근이 잡히거나 현장 일이 생겨서 주말에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클라이언트들이 갑자기 수정 요청을 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시안을 잡아줘야 한다던지. 그러다 보니 가족과의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가 생기곤 했어요. 이 곳에서의 삶은 제가 시간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요. 집 안에서의 생활이나 아이 키우는 방법 같은 건 서울에서나 이곳에서나 크게 변함은 없어요.


외부인이었다가 정읍에서 살게 되었잖아요. 이곳의 어떤 점이 눈에 들어오던가요?

내장산 단풍 같은 자연을 들 수 있겠네요. 자연이 확실히 임팩트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장소들이 있어요. 스카이라인도 서울과 달라요. 높은 건물이 잘 없기 때문에 하늘과 산이 잘 보이죠. 이런 것들이 바로 사는 반경에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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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두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시켜주고 카페에 나와 청소를 해요. 디저트를 굽고 커피머신도 준비하고나면 다시 집에 들어가 아이들을 챙기거나 집안일을 하기도 하죠. 다시 가게로 다시 나와 12시에 오픈해요. 그때부터 영업 시간이 끝날 때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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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 편안한 취향이 깃든 곳


옛날부터 좋아해서 제 안에서 한번 걸러지고 남은 것들, 그런 것들을 끄집어내 소개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일상이 카페에서 이뤄지실 텐데요. 치치하하를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으셨어요?

일본 건축가 중 합판으로 건축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렴한 재료로도 아름다운 마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하는 분인데, 한국에도 그분 작업물이 있어서 그걸 보고 모티브로 삼아 편안한 톤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게다가 종종 들렀던 서울 망원동에 지금의 치치하하 같은 분위기의 카페들이 몇몇 있어요. 치치하하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가 좋아하던 그 공간들의 모습도 떠올렸어요.


치치하하의 커피 메뉴는 핸드드립 원두보다는 크림라떼 같은 달달한 음료가 주 메뉴 같아요. 이렇게 메뉴를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요즘 커피 시장이 하이 클래스로 가는 분위기가 있어요. 스페셜티 같은 걸 다루면 가격대가 또 올라가고요. 그러다 보니 커피도 잘 알아야 즐길 수 있다는 진입장벽이 생긴 것 같아요. 뭔가 있어 보이는 것 위주의 메뉴가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고, 원두에서도 산미가 있는 쪽으로 취향이 기운 것도 있죠. 저로서는 커피란 기호식품을 편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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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하하는 카페이기도 하지만 독립서점 같은 분위기도 나요. 대표님이 일명 ‘귀여움의 벽'이라고 이름 붙인 곳에 있는 임진아 작가의 그림이라던가, 영화 프랭크(Frank)를 패러디한 ‘플랭크(Plank)’ 같은 개그 요소도 재미있고요. 일러스트레이터 후긴앤무닌의 굿즈, 디자인 문구류로 유명한 오롤리데이 등의 물건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읍에서 이런 조합의 물건들을 볼 수 있네요.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두기도 하고 서울에서 살면서 알게 된 분들의 물건을 들여오기도 해요. 아직은 정읍에서 이런 독립서적이나 디자인 문구를 직접 보고 살만한 곳이 없어요. 젊은 분들은 이런 문화 요소에 대한 욕구가 있는데, 지역 내에서는 해결이 안되니 다들 큰 도시로 나가야 볼 수 있는 거죠. 저는 치치하하가 정읍 내에서 작게나마 이런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됐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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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의 취향이 치치하하 인스타그램에도 드러납니다. 가수 ‘양희은’, 드라마 ‘DP’, 박완서 작가나 한수희 작가의 수필 등 다양한 문화 취향에 대한 내용이 위트있게 담겨 있어요. #치치하하bgm 같은 해시태그를 활용해 좋은 음악들을 소개해주시기도 하고요.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셨을까요?

꼭 뭔가 의도가 있었다기 보다는 채널을 하나 갖고 있으니 거기에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하는 개념으로 음악과 영화, 책 등을 추천하고 있어요. 제 취향이 ‘힙하다'는 요즘 감성은 아닐 거에요.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가는 데 대한 피로감 같은 게 있거든요. 오히려 옛날에 좋아해서 이미 한번 검증을 마쳤던 것들. 제 속에서 뭔가 한번 걸러지고 남은 것들을 위주로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다시 끄집어 내어 소개하고 있어요.


chapter4. 느슨한 듯 꾸준히 이어지는


찾아주시는 분들께는 치치하하가 개인적이고 내밀한 곳이었으면 해요.


카페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오시는 분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면요?

정읍에 사는 분들과 교류가 많은 편은 아닌데, 카페에 손님들이 생각보다 끊이지 않고 오고 계세요. 주변 관공서분들이 점심시간에 식사한 후 오시는 편이고요.

한 자리에서 3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한 사람의 변화를 보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에는 혼자 오셨는데 연인과 같이 오시다가, 나중에는 결혼 후 아기와 같이 오시는 거죠. 그런 걸 보면 좀 감동적이라 해야 할까요. 삶의 어떤 순간을 같이 이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치치하하에서 소개팅을 하셔서 지금도 그 상대와 함께 오는 분도 있고, “저 군대 가요" 라고 해주셨다가 제대 후 “저 취직해요" 이러면서 인사하고 가시는 분도 있고요. 이 공간이 편안함을 느껴서 꾸준히 오시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치치하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카페에서의 삶이 앞으로도 계속 쌓여갔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의 치치하하는, 대표님이 살아가는 정읍에서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치치하하가 어떤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나요?

앞으로 더 길게 이 공간을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있어요. 그래도 지금 업으로 삼고 있는 이 일이 재미있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일, 그와 관련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커요. 커피가 추출방식에 따라 변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알아야 할 게 많죠.


서울에서 일할 때는 일에 대해 매너리즘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일 자체가 너무 많고 속도가 몹시 빨랐어요. 거의 찍어내듯 했던 일들이었죠.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정읍에서 운영 중인 이 치치하하는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장사가 좀더 되면 좋겠지만 지금의 일 자체는 매우 만족합니다.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는 치치하하가 내밀하고 개인적인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억지로 더 가까이 가려고 하는 것도 사실 불편한 부분인지라, 적당한 거리감이 중요한 것 같거든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걸 원하는 분들이 분명 찾아와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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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하하 정보

찾아오는 길 | 전북 정읍시 중앙1길 117

미리보기 | 인스타그램




글 | 이상미 에디터

사진 | 백서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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