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n magazine | 정읍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합니다
정읍, 얼마나 알고 있나요? 예로부터 정읍은 서울로 가기 위해서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내장산 서쪽에 있는 ‘갈재’는 정읍으로 오가는 가장 유명한 길이었습니다. 한양을 떠나 지방으로 향하던 관리도, 물건을 가득 실은 봇짐장수도,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도 모두 갈재를 걸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작로, 1번 국도, 호남고속도로까지 갈재는 변화했지만, 정읍은 언제나 서울로 향하는 길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정읍과 갈재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요?
갈재 초입에는 군령 마을이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 고갯길을 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군대가 주둔하던 곳이죠. 많은 사람이 지나가다 보니 갈재에서는 싸움과 약탈이 곧잘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대 노략질 당해 의관까지 뺏겼다고 하니 가을 산에 옥처럼 서 있는 몸 생각해보았지” 조선 시대 문인, 황현이 친구가 갈재에서 도적을 만나 옷과 소지품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고 쓴 시의 일부입니다. 알몸으로 산을 넘었을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 당시 갈재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군령 마을은 고갯길을 넘는 사람들의 휴식처이기도 했습니다. 마을에는 10개가 넘는 주막이 있었죠. 넓은 주막골 터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넓고 편리한 길이 생기면서 갈재에는 점차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군령 마을도 작고 조용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커다란 당산나무는 여전히 마을 입구를 지키며 갈재의 나그네를 기다립니다.
차로 유명한 지역 하면 보성이나 제주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80년 전만 해도 정읍은 우리나라 차 문화의 중심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정읍은 대표적인 차 생산지였고 정읍 차는 왕의 진상품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차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정읍은 천국이었습니다. 이들은 입암면 천원리 일대에 약 3만 평 크기의 차밭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나온 차가 바로 ‘천원차’라는 이름의 정읍 차입니다. 당시 천원차는 전량이 오사카에 수출되었습니다. 천원의 차밭을 배경으로 한 엽서가 만들어질 정도로 일본에서 인기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며 천원차는 잊혔지만, 2003년부터 정읍시가 천원차를 복원하고 있어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정읍을 관통하고 있는 호남선은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1914년에 개통했습니다. 당시 호남선이 지나는 곳 중에서 정읍은 2번째로 역이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감곡, 신태인, 초강, 정읍, 천원, 노령까지 정읍에는 총 6개의 기차역이 있었습니다.
1987년, 호남선 복선화가 되면서 철로는 모두 철거됐습니다. 물론 갈재 중간중간 옛 철길의 흔적이 호남선을 기억하게 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길의 끝에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터널이 있습니다.
'노령'이라고도 불리는 갈재는 ‘갈대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갈대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죠. 하지만 좀 이상하지 않나요? 갈대는 물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고, 산과 들에서 보이는 것은 이와 비슷한 억새입니다. 갈재는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지 못해 생겨난 이름인 것이죠.
그렇다면 '노령'의 유래는 무엇일까요? 조선 시대 고서를 살펴보면 고개 아래, 장성에는 ‘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았습니다. ‘노’는 근방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 들를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이곳을 ‘노’가 사는 고개라고 불렀고 자연스럽게 ‘노령’이 되었다고 합니다.
갈재길 문화생태탐방로 거니는 법
입암면사무소 → 천원역 터 → 입암저수지 → 군령마을 → 폐철도길 → 갈재 정상 → 목란마을 → 원덕 → 갈애바위 → 백양사역 (약 9.3km, 약 3시간 소요)
입암면사무소까지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면 쉽게 도착합니다. 입암면사무소 맞은 편에 갈재길 안내판이 있어, 갈재길 표시를 보고 따라가면 길을 헤매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갈재에 오르기 전 작은 쉼터가 있어, 준비한 간식을 먹고 가면 좋습니다. 백양사역에서는 정읍역까지 새마을호를 타고 갈 수 있어 편안하게 쉴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함께 걸을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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