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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원조가 따로 있다? 25년 앞선 '코카 와인'

‘코카 마리아니’, 의학적 효과를 가진 강장제로 명성을 떨친 음료

by 사람인척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탄산음료 코카콜라의 기원에 관한 놀라운 주장이 등장했다. 프랑스 코르시카에서 탄생한 ‘코카 마리아니(Coca Mariani)’라는 와인이 코카콜라보다 25년 앞서 만들어졌고, 바로 이 음료가 코카콜라의 원조라는 주장이다. 이 논쟁은 단순한 기원 탐구를 넘어 상표권 문제, 역사적 유산, 그리고 건강 효능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1863년, 코르시카 출신 약사 앙젤로 마리아니는 코카 잎과 와인을 혼합해 새로운 음료를 개발했다. 이 음료는 ‘코카 마리아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의학적 효과를 가진 강장제로 명성을 떨쳤다. 마리아니는 파리 41번지에 있는 실험실에서 본격적으로 이 음료를 생산하며 사업을 키워나갔다. 1년 만에 6,000프랑의 수익을 올렸고, 그 후 2년 동안 매출은 꾸준히 두 배씩 증가했다. 코카 마리아니는 건강 음료로 홍보되었으며, 코카 잎이 가진 활력 증진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x 코카콜라3.png 코카콜라홈페이지

그러나 이 음료가 단순히 인기를 끄는 데 그치지 않고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미국 약사 존 펨버턴의 등장 이후였다. 1886년, 펨버턴은 ‘펨버턴의 프렌치 와인 코카(Pemberton’s French Wine Coca)’를 선보였지만, 금주법 시행으로 인해 와인을 소다와 설탕 시럽으로 대체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코카콜라다. 이 과정에서 펨버턴이 코카 마리아니의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1885년 애틀랜타 신문 기사에서도 펨버턴이 코카 마리아니에 영감을 받았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


프랑스에서 코카 마리아니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마리아니는 자신이 만든 와인을 각국의 유명 인사들에게 선물하며 전략적으로 브랜드를 확장했다. 교황 베네딕토 15세, 벨기에 엘리자베스 여왕, 프랑스의 마샬 페탱과 같은 당대의 주요 인물들이 코카 마리아니를 애용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이들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를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며 한 해 1천만 병 이상을 판매하는 성공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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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15년, 코카 마리아니의 원래 레시피에 포함되었던 코카인이 금지되면서 생산 방식이 바뀌었고, 1930년대 이후로는 점차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2014년 프랑스 아작시오의 요리사 크리스토프 마리아니가 코카 마리아니 브랜드를 재출시하며 새로운 장이 열렸다. 그는 앙젤로 마리아니와는 직접적인 가족 관계가 없지만, 코카 마리아니가 가진 역사적 가치를 복원하고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활동 중이다.


크리스토프 마리아니는 원조 논란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1880년에 생산된 코카 마리아니 병이 최근 코르시카에서 발견되었고, 이는 코카콜라보다 25년 앞서 이 음료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이 병은 펨버턴이 프랑스에서 가져온 영감을 증명한다”고 주장하며 코카 마리아니의 유산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코카콜라와의 상표권 분쟁도 중요한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크리스토프 마리아니는 2021년 유럽에서 ‘코카 마리아니’를 상표로 등록하려 했지만, 코카콜라 측의 반발로 법적 대응을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코카는 식물의 이름일 뿐이며, 이는 코카콜라가 독점할 수 없는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유럽 법원에서 승소하며 상표권 등록을 막아냈다. 프랑스 내에서는 법적 분쟁이 진행되지 않았으나, 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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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구진 또한 이 논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는 발견된 코카 마리아니 병을 분석 중이며, 초기 코카 마리아니의 성분이 펨버턴이 만들었던 초기 코카콜라와 유사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를 이끄는 브루노 피가데르 박사는 “마리아니 와인이 코카콜라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현대적인 코카 마리아니 음료 개발을 위한 기반이 되고 있으며, 크리스토프 마리아니는 알코올이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음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코카 마리아니는 프랑스와 전 세계에서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크리스토프 마리아니는 매년 3만 병을 생산하고 있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그는 “앙젤로 마리아니의 유산을 복원하는 것이 내 사명”이라며 “이 음료는 단순한 상업 제품이 아니라 코르시카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적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코카 마리아니와 코카콜라의 기원 논쟁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은 단순히 역사적 기원을 밝히는 것을 넘어 상표권과 문화적 유산, 건강 음료로서의 가치 등 다양한 관점을 포함하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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