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포티지 2위 질주, 현대차 투싼은 왜 멈칫했을까
올해 2월 영국 신차 등록 대수가 9만100대를 기록하며 2004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2월 판매량을 달성했어요. 전년 동월 대비 7.2%나 성장했는데, 특히 개인 구매가 17.6% 급증하며 시장 전체를 견인했죠. 이런 호황 속에서도 현대차그룹 내에서 희비가 엇갈렸는데, 기아는 5.6% 성장했지만 현대차는 홀로 9.0% 역성장한 겁니다. 같은 그룹 안에서 이렇게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건 단순한 실적 차이 이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기아가 2월에 판매한 4,497대 중 절반에 가까운 2,205대가 스포티지였어요. 포드 퓨마(3,220대)에 이어 영국 전체 베스트셀링카 2위를 차지했죠. 올해 누적으로는 이미 1만4,480대를 팔아 폭스바겐에 이어 브랜드 순위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 4만7,788대로 영국 베스트셀링 SUV 자리를 꿰찬 스포티지의 기세가 올해도 꺾이지 않는 분위기예요.
반면 현대차의 2월 성적표는 3,742대, 점유율 4.2%에 그쳤습니다. 브랜드 순위는 전년 대비 네 계단 내려앉아 10위에 턱걸이했죠. 누적 판매량도 9,554대로 8.5% 줄어들었어요. 투싼이 1,222대로 베스트셀링카 10위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스포티지와의 격차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흥미로운 건 이 두 차의 태생이에요. 스포티지 5세대와 투싼 4세대는 현대차그룹의 N3 플랫폼을 공유하거든요. 같은 뼈대, 같은 1.6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비슷한 차체 크기를 가졌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지난해 영국에서 스포티지는 약 4만7,800대, 투싼은 약 2만8,500대가 팔렸습니다. 1만9,000대 이상 벌어진 이 격차는 단순히 플랫폼 공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죠.
영국 소비자들이 기아를 선택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는 ‘7년 10만 마일’이라는 파격적인 보증 기간이에요. 현대차의 ‘5년 무제한 주행거리’ 보증도 물론 좋지만, 숫자 7이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은 확실히 다르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긴 보증 기간은 중고차 잔존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리스 비용을 계산할 때 기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죠.
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스포티지의 영국 시작가는 약 2만7,800파운드인데, 투싼은 2만9,140파운드부터 시작해요. 한화로 약 170만 원 안팎의 차이인데, 같은 플랫폼 위에 올라간 차라는 걸 아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가격 격차가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스포티지가 2025년 중반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디자인 신선도까지 앞서게 된 점도 무시할 수 없어요. 투싼의 부분 변경은 올해로 예정되어 있어, 현재로선 한 발 늦은 형국입니다.
현대차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닐 겁니다. 현대차 유럽법인은 향후 18개월간 5개 신규 모델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거든요. 핵심은 유럽 소비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B세그먼트 소형차 3종입니다. 그중에서도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소형 전기 SUV 아이오닉 3가 가장 주목받고 있어요. 아이오닉 5보다 작은 차체에 최대 628km의 주행거리를 내세울 이 차는 기아 EV3, 볼보 EX30과 정면으로 맞붙게 될 겁니다.
영국은 올해 ZEV(무공해차) 의무 비율을 33%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해 영국 전체 전기차 비중이 23.4%에 그쳤고, 2월에도 24.2%에 머물러 업계 전체가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죠. 만약 이 의무 비율을 미달하면 차량 1대당 1만5,000파운드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의 소형 전기차를 빠르게 투입하는 것이 현대차에게는 판매량 회복과 규제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길이 될 거예요.
인스터부터 스타리아 일렉트릭까지 총 7종의 전기차 라인업 구축을 예고한 현대차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영국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2년 만의 호황 속에서 벌어진 형제 브랜드의 엇갈린 성적표가 하반기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지켜볼 대목이네요. 여러분은 현대차가 어떤 전략으로 반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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