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 선언한 지커, EV9·GV80 경쟁 모델 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이름으로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프리미엄 전동화 브랜드 지커(Zeekr)가 떠오르고 있어요. 올해 안으로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장악한 국내 전기 SUV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지커가 앞세우는 무기는 플래그십 SUV 9X 모델인데, 이 차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50만 위안(약 1억 원) 이상 대형 SUV 부문 판매 1위를 4개월 연속 지켜내고 있어요.
제네시스 GV80 전동화 모델이나 기아 EV9과 직접 경쟁할 가격대에 놓여 있어서,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지커의 한국 진출이 단순한 모험이 아닌 이유는 모회사의 체급에서 드러나는데, 지리자동차그룹은 올해 1~2월 전 세계 누적 47만 6327대를 팔아치우며 중국 승용차 시장 선두를 굳혔거든요. 2월 한 달 수출만 6만 879대에 달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8% 급증한 수치인 걸 보면 내수에만 머물던 중국 자동차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플레이어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뜻이죠.
신에너지차(NEV) 부문도 고무적인데요. 지커와 지리(Geely), 링크앤코(Lynk & Co)를 합산한 2월 NEV 판매량은 11만 748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습니다. 올해 누적으로는 24만 1740대, 10% 성장인데,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걸 보여줘요.
흥미로운 건 지커 단독 실적이에요. 2월 전 세계 판매량이 2만 3867대로 전년 대비 70%나 성장했거든요. 최대 9일에 달한 춘절 연휴로 공장 가동일이 크게 줄었고 소비 심리도 위축된 시기였는데, 대다수 NEV 브랜드가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지커만 역주행에 성공한 거죠. 1~2월 누적으로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지는데, 4만 7700여 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4% 증가했어요. BYD나 니오(NIO) 같은 경쟁사들이 치열한 가격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유지하면서도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 정말 주목할 만합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쥐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이오닉 5, EV6, EV9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가격대와 크기 모두를 촘촘하게 채웠죠. 지커가 1억 원대 전기 SUV로 진입한다면, 경쟁 구도는 제네시스 일렉트리파이드 GV80, 기아 EV9과 맞붙는 프리미엄 대형 세그먼트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커에 유리한 점도 분명히 있는데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고, 지커 9X가 실제 판매 실적으로 제품력을 증명해 놓은 상태라는 점이에요.
현대차도 중국 생산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요. 호주 시장에 중국 공장발 현대차 물량을 늘리기로 한 결정은 비용 절감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중국산'이라는 레이블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다른 맥락으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50만 위안 이상 SUV 부문에서 포르쉐 카이엔, BMW X5 같은 전통 강자를 제치고 4개월 연속 1위를 기록한 것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통하는 성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다만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품질 기대치, A/S 네트워크 구축, 중국 브랜드에 대한 잔존하는 경계심은 지커가 넘어야 할 현실적인 허들입니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기 힘들다는 것을 이미 여러 해외 브랜드가 증명한 바 있으니, 지커는 어떤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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