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 모셔널보다 앞서나간 코디악·오로라 상용화 전략
자율주행 기술 하면 대부분 로보택시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거예요. 웨이모가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누비고, 현대차 모셔널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금,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승용차 쪽에 쏠려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율주행 기술이 돈을 벌기 시작한 곳은 도심 한복판이 아니라 텍사스 사막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위 대형 트럭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미국 트럭 운송 업계는 현재 약 6만 명의 운전기사가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미국트럭운송협회(ATA)는 이 숫자가 올해 연말까지 8만 2,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향후 10년간 고령 인력 퇴직을 감안하면 120만 명의 신규 기사를 충원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셈이죠. 로보택시보다 자율주행 트럭이 먼저 상용화 궤도에 오른 배경에는 이처럼 구조적인 인력난이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위 무인 트럭들은 이미 미국 곳곳을 달리고 있어요.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은 오로라입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댈러스, 휴스턴, 엘패소, 피닉스까지 무려 10개 노선에서 무인 트럭을 운행 중이거든요. 2025년 4월부터 2026년 1월까지 누적 25만 마일(약 40만 km)을 사고 없이 주행했다는 점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오로라는 올해 연말까지 200대 이상으로 차량을 늘리고 1,400만~1,600만 달러(약 190억~22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볼보는 버지니아 공장에서 오로라의 2세대 자율주행 키트를 트럭 생산 라인에 직접 통합하기 시작했는데, 이 키트는 기존 대비 하드웨어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 라이다 탐지 거리를 1,000m로 두 배 늘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코디악도 오로라의 뒤를 빠르게 뒤따르고 있습니다. 현재 10대의 완전 무인 트럭이 실제 화물을 운송하며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누적 자율주행 거리는 300만 마일(약 483만 km)을 훌쩍 넘겼고, 유료 무인 운행 시간만 5,200시간을 돌파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수치입니다. 에너지 기업 아틀라스(Atlas)가 발주한 100대 규모의 자율주행 트럭은 퍼미안 분지에서 24시간 무인 운행 체제로 가동 중이라고 해요. 코디악은 2026년 하반기 장거리 무인 화물 운송 서비스를 공식 출범할 예정입니다.
코디악의 돈 프레인 CEO는 “트럭을 스스로 달리게 만드는 건 전투의 절반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보다 이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전환하는 일이 더 큰 도전이라는 뜻이죠. 사업화의 난관은 단순히 기술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이 제조사에 있는지, 운전자에 있는지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으면 보험·계약·운용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거든요. 다행히 한국은 2026년부터 레벨3 자율주행 차량의 도로 운행을 허용하면서 제조사와 운전자 간 책임 범위를 법으로 명시했습니다.
보쉬와 손잡고 자율주행 하드웨어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트럭 한 대가 아니라 수천 대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는 이야기죠. 한편 캐나다 출신 스타트업 와비(Waabi)는 올해 초 10억 달러(약 1조 3,7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업계의 판도를 흔들었는데, 이 중 2억 5,000만 달러는 우버의 투자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와비의 전략은 독특한데요. 트럭과 로보택시에 동일한 AI 모델을 적용하는 ‘하나의 두뇌’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볼보 자율주행 트럭에 이미 소프트웨어를 통합했고, 우버 플랫폼을 통해 2만 5,000대의 로보택시도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고속도로 장거리 운행은 도심 주행보다 변수가 훨씬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행자도, 자전거도, 예측 불가한 골목길 좌회전도 없잖아요. 정해진 노선을 반복하는 화물 운송은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죠. 글로벌 자율주행 트럭 시장은 2024년 30억 4,000만 달러(약 4조 1,600억 원)에서 2032년 82억 2,000만 달러(약 11조 2,6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로보택시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자율주행 트럭은 조용히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거죠. 기술의 완성도, 시장의 절박함, 규제의 유연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트럭 쪽에서 먼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의 미래가 도심 택시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통념은 이제 수정이 필요해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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