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배우며 5
출사지는 망원시장과 망리단길.
시장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활기가 돌아야 제맛이 난다.
망원시장은 그렇게 싱싱하게 숨을 쉬고 있다.
망원역 2번 출구로부터 시작된 번잡함은
시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겠구나 했다.
예상은 적중.
그곳은 핫플레이스였음에도 나는 초행길이었다.
내가 도착한 시각이 점심 식사를 할 때여서 그런지
망원역 인근엔 젊은 인파가 넘실거린다.
직사광선이 수직으로 길 위에 떨어진다.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거리에선 반사되는 빛 때문에
적당한 노출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출출하던 차,
역 출구로 나오니 던킨 도너츠부터 눈에 들어온다.
시장 안엔 먹을 것이 차고 넘칠 텐데 걱정이다.
사진 찍으러 왔는데 길거리에서 먹을 수도 없고
허벅지 찔러가며 꾹꾹 참는 수밖에.
촬영 과제는 포토 몽타주와 유형학적으로 찍기.
* 몽타주는 프랑스어이며, 모으다 조합하다라는 의미를 내포.
초기 영화에서 필름의 단편들을 조합하는 용어로 사용.
몽타주 기법은 사실성보다는 편집에 의한 디렉터의 의도가 개입된다.
연속 프레임을 이용하여 영화적인 사진으로 구현할 수 있다.
어느 과일가게 앞에서 유형학적인 이미지를 촬영하려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발길이 뜸한 순간을 포착해야만 될 것 같아
노출과 구도를 정한 후 카메라를 조준했다.
마치 먹잇감을 포착하고 숨죽이며 덮칠 순간을 위해 잔뜩 웅크리고 있는 사자처럼
그렇게 얼음이 되어 땡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과일을 구매하려 왔던 모양이었다.
그 이후부터 남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듯 셔터를 연속 눌렀다.
여러 장 추려서 이어보니 짧지만 하나의 스토리가 된 듯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무엇을 찍고 있었는가가 드러나 보였다.
이게 몽타주?
* 유형학적 기법은 비슷한 종류와 형태의 피사체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촬영한 후 이미지를 묶는 것.
어거스트 잔더, 베허부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가 유형학에 기반을 두고 사진을 찍었다.
시장에 즐비하게 위치한 가게들을 선별해야 했다.
너무 많기 때문에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내가 먹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파는 가게로.
사람을 넣지 않고는 불가능해 되도록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게 시도했다.
먹거리 쪽으로 자꾸 시선이 간다.
집에서 요기를 하고 나왔음에도 이동 거리가 있다 보니
구미가 당긴다.
고로케, 도넛, 떡볶이, 꼬치, 탄산음료, 크로플, 치킨강정, 순대......
과자까지.
엄청난 탄수화물 군단이 나를 유혹한다.
'참아야 하느니 참아야 하느니'
초입에 위치한 빵가게 여사장님은 내가 무엇을 찍고 있는지 보여 달란다.
그러곤 자신의 가게도 멋있게 찍어달란다.
나는 건너편 가게를 겨냥하고 사람이 덜 지나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다.
사실 그 빵집은 촬영을 못했다.
아는 사람 만나 수다 떠느라 까먹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
'죄송합니다. 사장님~ 다시 방문하면 제대로 찍어드리겠습니다.'
호의적이었던 사장님이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도보 내비게이션을 켜고 망리단길로 이동했다.
낮시간 여기가 핫플레이스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거리는 너무 휑했다.
문을 연 매장이 거의 없었다.
걷는 길도 폭이 좁았고.
해가 저무는 저녁시간 이후엔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이곳보단 망원시장의 볼거리가 많을 것 같았다.
시장 상인들도 지나가는 행인들도 카메라가 불편했을 텐데
별 탈 없이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