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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기영차 Mar 21. 2018

무난함도 개성이 될 수 있다.

심플 트렌드에 대한 생각

 3년전 ‘속사정 쌀롱’이라는 예능∙교양 프로그램이 있었다. 유명인 패널들이 모여 각 회의 주제마다 심리학적∙사회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였는데, 7회에서 ‘지갑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개인이 소지한 지갑이 개인의 심리를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출연진들 소유의 지갑을 모아서 누구의 지갑일지 추측을 해보는 중에 패널 중 한명인 허지웅이 검정색 몽블랑 반지갑을 집어들며 이렇게 말했다. “이게 유상무씨 것 같아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메이커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브랜드거든요.”


(출처:http://tv.jtbc.joins.com/clip/pr10010328/pm10026300/vo10062713/view 캡처)

                                                                          


 스위스, 산, 프랑스의 디저트, 만년필, 지갑, 시계, 명품…… 몽블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언제부터 몽블랑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메이커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브랜드’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남자들이 지갑 구매를 고려할 때 브랜드를 신경 쓰게 되면서?  동시에 악어가죽이나 패턴 대신 ‘심플함’이라는 가치를 고려할 때 부터라고 추측해본다.


 ‘심플함’이라는 단어는 ‘모던’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무난함’이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무난함’은 이제 몰개성이 아니라 하나의 ‘개성’이라고 봐야한다. 북유럽인테리어와 가구가 뜨고, 무인양품과 유니클로가 시장의 트렌드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이제 무난해 보이기 위해 브랜드를 소비한다. 갓 철이 지난 트렌드가 촌스럽다며 비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에서 적당히 무난하고 적당히 있어 보이는 스타일은 쫓아가기 버거울 정도로 트렌드가 변하는 세상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중의 하나이다. 



 2010년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미디어는 계속해서 개성을 표현하라며 브랜드와 스타일을 보여준다. 현대적이고 포스트모던적인 스타일을 넘어서 몇 십년전의 스타일을 복고라는 이름으로 다시 가져오고 서로 다른 스타일들을 융합해 새로운 트렌드를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이처럼 세상은 스타일과 가치를 소비하라며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거리낌 없이 소비할 만큼 유복하지 않고 그렇게 개성에 관심이 많지도 않다.


 개성이 넘치는 시대에서 무난함도 하나의 개성이 될 수 있다. 몽블랑이 남자들의 지갑으로 많이 선택되는 이유도 무난하고 깔끔한 디자인이지만 브랜드임을 표현하는 작은 로고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좋은 품질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면서도 그렇게 자신만의 개성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내 지갑도 몽블랑이기 때문에 하는 변명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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