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 여성은 한국 남성과 결혼을 꿈꿀까?
[상전벽해, 한일 관계와 사랑의 풍경]
최근에 기사나 방송에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결혼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고서
왜 그럴까 하고 지난 세월을 더듬어 보았다.
80~90년대만 해도 일본은 한국을 발아래로 내려다봤다.
경제력, 기술력, 생활수준에서 일본은 압도적이었고, 우리는 그저 부러운 눈길로 일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절 거리를 지배하던 것은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같은 이름이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은 청소년의 눈을 붙들었고, 내가 대학 다니던 80년 초반의 시절만 해도 여학생들은 일본 잡지를 한 권씩은 누구나 들고 다녔고 그 잡지의 패션은 그대로 유행이 되었다.
일본의 기술과 문화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2000년대 초반, 회사는 일본에 손을 벌리며 굽신거렸다. 그들의 기술이 필요했고 우리의 제품을 사주기를 학수고대하며 일을 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며 정체기에 있었지만, 한국은 아직 일본을 넘볼 수 없었다.
그러나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뤘고, 이제는 1인당 GDP에서 일본을 앞섰다.
K-팝과 드라마, 영화는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일본 젊은 세대도 한국 문화를 소비하며 자란다. 한류는 양국의 인식을 뒤바꿔놓았다.
언론에서도 많이 나오고, 특히 유투버들이 올린 방송을 보면 도쿄 거리를 걸을 때, 한류 굿즈를 들고 줄 서 있는 일본 10대들이 많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유창한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불렀고, 촬영하는 사람이 일본어로 말을 걸면 오히려 한국어로 대답한다.
예전에는 우리가 일본 문화를 좇았다면, 이제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한국 문화를 좇고 있었다.
다문화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로 국제결혼은 흔한 일이 되었고 흐름도 바뀌었다.
그 시절 국제결혼은 흔하지 않았고 일본인과의 결혼도 대체로 ‘일본 남성과 한국 여성’의 조합이 많았다. 경제력과 사회 인식이 그렇게 흘렀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결혼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일본 여성들은 “한국 남성은 기념일을 잊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사소한 선물과 함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일본에서는 흔치 않다고 한다.
반대로 한국 남성들은 일본 여성의 생활 속 섬세함, 예를 들어 계절마다 바뀌는 집안 장식이나 음식 준비에서 느끼는 정갈함을 높이 평가한다.
일본 여성들은 한국 남성의 마초적이면서도 로맨틱하고 책임감 있는 이미지로 바라본다.
반대로 한국 남성들은 일본 여성의 차분함과 순종적인 생활 감각에 매력을 느낀다.
유투버들 중에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부부들의 영상이 엄청 많다.
서유럽, 동유럽, 동남아 여성들과의 결혼이야기도 많지만 특히 일본여성과 결혼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한국 남편이 촬영하면서 일본 아내의 모습을 많이 올리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전형적인 일본여성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은 이렇게 변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변화가,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 젖어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이토록 실감 나는 순간이 또 있을까.
‘상전벽해’란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한일 관계는 정말 그렇게 변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풍경이 겹쳐질 때, 나는 그 변화의 증인이 된 것 같고
과거의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묘한 자부심을 느낀다.
경제와 문화의 역전, 그리고 그 변화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까지 바꿔놓는 시대.
나는 지금 그 한가운데를 눈으로 보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