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한다

나는 요리를 한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요리를 한다.

요리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음식을 만든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전문 요리사도 아니고, 마니아도 아니다.
단지 가족과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주방에 선다.


언젠가부터 TV에는 요리 프로그램이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백종원의 쉽고 재미있는 요리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처음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김치찌개, 된장찌개, 콩나물국, 미역국 같은 기본적인 한식에서 시작해
짜장면, 짬뽕, 잡탕밥 같은 중국 음식, 파스타와 리소토, 스테이크 같은 서양 음식까지
조금씩 다양한 음식에 손을 대게 되었다.

다양하지만 누구나 쉽게 집하는 평범한 음식들이다.

돼지고기의 냄새가 싫다는 아내, 면요리를 안 좋아하는 작은 딸

맛없어도 끝까지 싹싹 비워주는 큰 딸.

각자 먹고픈 음식을 주문받고 다수결에 의해 메뉴는 결정된다.

요즘처럼 겨울엔 제철인 굴로

굴국밥을 끓이고 굴무침을 만든다.

따끈한 국물이 필요할 때는 닭개장이 제격이다.

여름이 오면

시원한 열무국수와 비빔국수가 식탁에 오른다.

물회도 한 번 만들어 보았지만

집에서 제 맛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가 먹고 싶다 말하는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다.


계량도 하지 않는다. 대충 눈대중으로 해도 맛은 난다.

"기미상궁"하고 부르면 아내든 딸이든 와서 맛을 보고 싱겁다, 짜다 하고 조언한다.

플레이팅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요리는 시각, 후각, 미각으로 즐기는 예술이라지만 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가족과 같이 먹는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불 앞에 서서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그 재미의 첫 번째는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는 일이다.

쉬는 날 하루, 아내의 손길을 잠시 덜어주고 두 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식탁을 채우는 시간.
그 순간만큼은 요리가 아닌 ‘함께 있음’을 만든다.

파기름을 내고

달아오른 기름에 재료가 쏴~하는 소리와 함께

익어가는 장면이 재미있다.

가끔 재료를 빠트려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말이다.

TV 속 요리를 취미로 하는 연예인들은 비싼 재료와 온갖 향신료를 꺼내 든다.
그 정도 재료라면 무엇을 만들어도 맛이 없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에 맞춰 오늘의 메뉴를 정한다.
소박한 재료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질을 하는 그 시간이 좋다.

하다 보니 조금씩 솜씨도 늘었다.
이제는 짬뽕 정도는 눈 감고도 만든다.

맛이 조금 아쉬울 때는 조미료를 살짝 더한다.
그러면 인생이 언제나 그렇듯 그럭저럭 다시 살아난다.

요리의 끝은 설거지라고 항상 생각한다.

맛있게 음식을 먹은 후에 그릇들을 나의 손으로 깨끗이 설거지하여

그릇들을 가지런히 놓을 때 요리는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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