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세계와 경쟁

by 전영칠



1. 연예계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장'


대중은 화면 속 연예인의 화려함에 환호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수점 단위로 순위를 매기고 등급을 나누는 비정한 숫자의 논리가 지배한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질문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예술과 끼를 1등부터 100등까지 줄 세우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가수는 음원 차트로, 배우는 시청률과 관객 수로, 작가는 조회수로 평가받는다. 매주 발표되는 음악 방송의 1위 트로피는 마치 그 가수가 이번 주 '가장 우월한 예술'을 했다는 증명서처럼 소비된다. 그러나 이는 예술적 가치가 아닌 '상업적 효율성'의 순위일 뿐이다.

자본은 대중을 줄 세우기에 중독시킨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간절함을 시청률의 도구로 삼고, 팬덤 간의 경쟁을 부추겨 수익을 극대화한다. 이 시스템 안에서 연예인은 독창성을 가진 '아티스트'가 아니라, 시장에 내놓은 '상품'으로 전락한다. 예술은 숫자가 아니다. 예술은 '서로 다름'이다. 우리는 매주 숫자가 지배하는 가짜 예술 세계를 보면서 조금씩 더 마비되고 중독되고 있다. 이제는 가짜를 즐긴다.


봉준호와 '가장 개인적인 것'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했다. 만약 그가 할리우드의 흥행 공식이나 기존의 영화적 경쟁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했다면, '기생충'과 같은 독보적인 세계관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남과 경쟁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경쟁했다.


이효리의 '소길댁' 선택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이자 섹시 아이콘이었던 이효리는 경쟁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도로 떠났다. 남들이 매긴 순위의 꼭대기에서 내려와 '나다움'을 선택했을 때, 그녀는 오히려 대체 불가능한 아이콘이 되었다. 이는 경쟁의 트랙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기 세계가 구축됨을 보여주는 사례다.


'싱어게인'과 서도의 파격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국악인 서도의 사례를 보자. 그는 기존 발라드나 댄스 중심의 대중음악 경쟁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국악과 팝을 결합한 '조선 팝'이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들고 나왔다. 그를 기존 가창력의 잣대로 순위 매길 수 있을까? 그의 무대는 '누구보다 잘하는가'가 아니라 '누구와도 다른가'를 증명했다.


비판이론의 거두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이 예술을 규격화하여 대중을 수동적인 소비자로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순위를 매기는 행위는 예술의 '아우라'를 파괴하고 가짜 욕망을 주입하는 행위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는 외적 보상(상, 순위, 돈)이 주어질 때 인간의 내적 동기가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점을 증명했다. 1등을 하기 위해 노래하는 가수는 더 이상 자신의 영혼을 울리는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다. 예술은 본래 '공약 불가능성'을 지닌다. 베토벤과 김광석을 같은 저울에 달 수 없듯, 모든 예술가의 세계는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연예계에서의 경쟁은 자본이 설계한 환상이다. 1등이라는 자리는 영원하지 않으며, 숫자가 매기는 가치는 유통기한이 짧다. 진정한 예술적 승리는 타인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정한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에 있다.


예술의 개성은 순번을 매길 수 없다. 1등은 오직 한 명뿐이지만, '유일한 존재'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우리가 연예인들의 경쟁에 몰입하며 순위를 매기는 동안, 정작 그들이 가진 고유한 영혼의 빛은 가려지고 만다. 이제 서열의 안경을 벗고, 각자가 가진 고유한 '다름'의 아름다움을 보아야 한다. 경쟁은 환상일 뿐, 진실은 오직 당신만의 색깔 속에 있다.



2. 3대 엔터테인먼트(SM, YG, JYP)의 아이돌 제조 공정


이른바 '빅 3'라 불리는 이들 회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캐스팅-트레이닝-데뷔'의 3단계로 나뉘며, 각 단계는 생존을 건 전쟁터다.

캐스팅 (바늘구멍 통과하기): 매주 열리는 정기 오디션, 글로벌 오디션, 길거리 캐스팅 등을 통해 원석을 발굴한다. 수만 명의 지원자 중 연습생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극소수다.

닝 (인고의 시간): 연습생 기간은 짧게는 2년, 길게는 7~10년에 이른다.


SM: '컬처 테크놀로지(CT)*'를 바탕으로 보컬, 댄스, 외국어, 연기 등을 아주 세분화하여 가르친다. 비주얼과 실력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한다.

YG: 개성과 힙합 베이스의 실력을 중시한다. 연습생끼리 팀을 나누어 경쟁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JYP: '인성'과 '성실함'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매달 인성 교육과 성교육, 독서 토론 등을 병행하며 기본기가 탄탄한 '올라운더'를 지향한다. 월말 평가 (생존 결정전): 가장 공포스러운 시간이다. 매달 임원진 앞에서 실력을 평가받으며, 발전이 없거나 팀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즉시 방출된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구조다.


아이돌로 성공한다는 것은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확률 싸움이다.

기획사 오디션 합격률은 보통 수백 대 일에서 수천 대 일이다.

한 기획사에 보통 수십 명의 연습생이 있지만, 이들 중 실제 데뷔조에 드는 인원은 1~5% 미만이다. 100명이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 그중 1~5명만이 카메라 앞에 선다.

매년 수십 팀의 아이돌이 데뷔하지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고 흑자를 내는 팀은 일 년에 1~2팀에 불과하다. 연습생 시작부터 '톱스타'가 될 확률을 계산하면 0.1% 미만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즉, 1,000명이 도전해서 1명이 살아남는 꼴이다.



* <이수만의 CT (K-Pop의 시스템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CT라는 용어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정의한 독창적인 생산 체계이다. 그는 K-Pop의 성공을 위해 CT를 다음의 3단계로 CT를 고도화했다.

Culture Creation (문화 창조):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트레이닝하여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

Culture Development (문화 발전):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시장에 맞춰 확장하고 현지화하는 단계

Culture Expansion (문화 확장): 완성된 콘텐츠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다른 산업과 결합하는 단계



3. 시청률이라는 절대반지


드라마 역시 아이돌 데뷔만큼이나 가혹한 과정을 거친다.

방송사에 편성되기 위해 작가들은 수백 개의 기획안을 던진다. 이 중 선택받는 것은 극히 일부다. 스타 작가가 아닌 이상, 대본 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자와 편성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이른바 'A급 배우'의 확답이 필수적이다. 톱배우 한 명을 잡기 위해 제작사들은 거액의 출연료와 온갖 조건을 제시하며 피 튀기는 영입전을 벌인다. 배우의 이름값이 곧 제작비 조달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시간대(주말 밤 9~10시 등)를 차지하기 위한 방송사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경쟁 채널에서 강력한 라이벌 드라마가 예고되면 편성을 미루거나 당기는 전략을 짠다.

촬영이 시작되면 '쪽대본'과 밤샘 촬영이 이어진다. 실시간 시청률 반응에 따라 대본이 수정되기도 하며, 시청률이 저조하면 조기 종영의 압박을 받는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등 OTT 순위도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지상파와 종편의 시청률은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절대 지표다.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대본, 연출, 배우의 연기, 그리고 운(대진운)이라는 네 박자가 완벽하게 맞아야 한다.


이처럼 연예계는 철저하게 '승자독식'의 구조다. 수많은 탈락자의 희생 위에 단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한다. '경쟁은 환상이다'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0.1%의 성공을 위해 99.9%가 들러리가 되는 이 시스템이야말로 인간의 개성을 숫자로 치환하여 파괴하는 거대한 환상통(幻想痛)이라 할 수 있다.



4. 연예계, 경쟁의 희생자들


연예계라는 화려한 무대의 그림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둡고 깊다. '경쟁은 환상이다'라는 대주제 아래, 그 환상이 깨졌을 때 개인이 마주하는 비극과 그 시스템이 가진 본질적인 기만을 살펴보자.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혹은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에 짓눌린 이들의 사례는 연예계의 비정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획사 카라(KARA)의 유력한 후보였던 연습생 안소진의 사례는 대중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하며 데뷔를 꿈꿨지만, 최종 데뷔조에서 탈락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에게 '경쟁'은 단순한 실력 증명이 아니라 존재의 이유였기에, 탈락은 곧 삶의 부정으로 다가온 것이다.

설리나 구하라 같은 스타들의 비극 역시 본질적으로는 '무한 경쟁'과 '평가'의 산물이다. 정상에 올랐음에도 끊임없이 대중의 품평회(댓글, SNS)라는 경쟁의 연장선상에 놓여야 했고, 조금이라도 '표준'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는 공격을 받았다.


수많은 무명 아이돌과 배우들이 데뷔 후에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 억대의 빚을 지고 산다. 한때 '아이돌'이라 불렸던 이들이 일용직 노동이나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들에게 경쟁은 '꿈'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지만, 시스템은 그들의 패배를 오직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며 외면한다.


예술은 행위(Doing)를 하면서 존재(Being)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희생을 막을 수 있다.



5. 연예계 경쟁, 왜 이것이 '환상'인가


연예계 경쟁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은 자본이 만든 가장 큰 착각이다. 왜?


연예계 경쟁은 공정한 운동장이 아니다. 어떤 기획사의 자본을 등에 업었는지, 마케팅에 얼마를 쏟아부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이미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1등을 한 아이돌이 2등보다 실력이 낫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그 시대의 '상업적 트렌드'에 더 잘 부합했거나, 더 강력한 홍보 수단을 가졌을 뿐이다. 경쟁의 결과는 '예술적 가치'가 아니라 '상품 가치'의 순위다.


또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연습생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버리고 시스템이 요구하는 '정답'에 자신을 맞춘다. 똑같은 창법, 똑같은 춤선, 심지어 비슷한 외모로 규격화된다. 예술은 '나다움'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연예계 경쟁은 '남처럼' 되기를 강요한다. 결국 1등이 되어도 그곳엔 '진정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 허망한 승리가 된다.


그리고 시스템은 끊임없이 비교군을 제시한다. SNS의 팔로워 수, 음원 순위, 출연료 액수 등 모든 것을 수치화하여 서열을 매긴다. 이 수치의 세계에서 인간은 결코 만족할 수 없다. 1등이 되어도 추락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2등은 열등감에 시달린다. 경쟁이라는 환상은 승자와 패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구조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달콤한 거짓말이다. 운, 타이밍, 자본, 인맥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지배하는 곳에서 오직 '노력'과 '실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탈락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잔인한 폭력이다.


연예계의 경쟁은 거대한 스크린에 투사된 그림자와 같다. 실체가 없는 숫자의 싸움에 영혼을 맡기는 순간, 인간은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예술은 스포츠가 아니다. 더더구나 경주가 아니다"

연예계에서 순위는 마케팅의 도구일 뿐, 그것이 곧 그 예술가의 본질적 가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예술가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자신의 개성을 심화시키는 사람이다.


"세상이 매긴 등급이 너의 가치가 아니다"

예술은 순번을 매길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며, 삶 역시 누군가를 이겨야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에도 온전히 남아 있을 '진짜 나'를 찾는 것 - 예술은 행위(Doing)를 하면서 존재(Being)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비정한 환상의 세계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