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단평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의 이름은 사쿠라 유이(이치카와 소메고로). 이름 탓에 '체리'라는 별명을 가졌다. 그는 일본의 운문 문학 '하이쿠'를 짓는 걸 좋아한다. 차마 말로 풀어낼 수 없는 그 감정을 하이쿠로써 표현한다. 하지만 하이쿠의 형식, 글의 표현 안에 스스로를 가둔 체리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대화하길 꺼린다. 항상 헤드폰을 쓰고 다니는 건 그 이유다. 체리는 대화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여기, 한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호시노 유키(스기사키 하나). '스마일'이라는 애칭을 가졌다. 그녀는 SNS로 귀여운 것을 담아내는 인플루언서다. 팔로워들의 관심과 사랑과 응원으로 하루하루를 힘차게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는 교정 중인 큰 앞니를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걸 꺼린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 입을 가리는 건 그 이유다. 스마일은 자신의 귀엽지 않은 앞니를 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두려움을 느낀다.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이하 <사이다처럼...>)는 콤플렉스를 가진 소년과 소녀의 여름날 이야기를 담는다. 일본의 청춘물답게 영화의 분위기는 풋풋하고 상큼하다. 각자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힘을 내다가도 콤플렉스를 마주하는 상황이 오면 곧바로 얼굴을 붉히는 둘의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공감가게 만든다. 이들이 가까워지는 계기는 하나의 레코드였다. 체리가 일하는 곳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 후지야마(야마데라 코이치)가 한 레코드를 그토록 찾고 싶어 하는데, 둘은 힘을 합쳐 그 레코드판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 사건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이야기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잃어버린 레코드는 과거의 유산이다. 레코드의 이름은 'YAMAZAKURA', 산벚나무라는 뜻이다. 꽃이 만개한 나무, 즉 찬란함과 풍요의 이미지다. 다시 말해, 이 레코드는 그리운 무언가이며 다시 오지 않는 과거의 찬란함이다. 나는 이 레코드가 1980년대의 일본, 버블시대를 은유한다고 생각한다. 사이다의 기포가 톡톡 터지는 이미지가 반복되는 건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영화는 지나가버린 그 찬란함의 시간을 추억하는 것이다. 마침내 찾은 그 레코드가 시계로 사용되고 있었던 건 그래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축제날 'YAMAZAKURA'가 재생되고 후지야마의 회상이 이어지는 건 왠지 모를 감정의 자그마한 격정을 일으킨다. 모두가 그리워하는 그 시절의 동경, 풍요, 찬란은 빠르게 지나간다. 이후에 체리가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그동안 지은 하이쿠를 큰 소리로 전한다. 이 하이쿠는 스마일에게 향한다. 체리에게 산벚나무, 동경은 스마일이다. 레코드 속 가수와 스마일은 공통적으로 앞니가 튀어나와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외모도 닮았다). 그에게 산벚나무는 과거의 유산에서 머물지 않고 향해가야 할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이쿠에 대한 답가는 스마일의 미소로 전해진다. 용기 낸 체리에게 스마일은 톡 튀어나온 앞니와 함께 입을 보인다. 찬람함의 상징이 울려 퍼지면서 이들의 콤플렉스가 극복되는 순간이다.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은 여지없이 거부감이 들곤 한다. 과장된 몸짓과 추임새, 다소 작위적인 감정선과 행동, 사건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사이다처럼...>은 청량한 작화와 풋풋한 분위기로 80년대 일본의 시티팝처럼 그리운 감정,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둘의 풋풋한 사랑은 찬란한 섬광, 불꽃놀이가 되어 여름밤을 가득 수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