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멈춰버린 도시, 멈출 수 없던 나

익숙함을 떠나는 용기

by Gene

한국에서의 하루는 늘 분주했다.
칠판 위에 분필이 사각거리는 소리,
수학 문제를 풀며 웃던 아이들의 목소리,
밤늦게까지 이어진 강의 준비가 내 삶의 리듬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라는 질문이 들었다.

그즈음 남편의 홍콩 근무 제안이 찾아왔다.
“우리, 가볼까?”
그 한마디에 오랜 시간 쌓아온 익숙함을 내려놓았다.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홍콩의 첫해는 낯섦의 연속이었다.
언어도, 음식도, 사람들의 표정도 달랐다.
한국에서 늘 ‘선생님’이라 불리던 나는
이곳에선 그저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였다.
전업주부의 시간은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엔 여유로웠지만, 점점 공허함이 밀려왔다.
“나는 지금 누구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 물음이 내 하루를 지배했다.

그러나 어느 날,
창가로 스며드는 홍콩의 야경을 바라보다 깨달았다.
모든 멈춤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시간은 나에게
다시 ‘나’를 찾으라는 신호일지도 몰랐다.

나는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언젠가 다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때는 몰랐다.
그 다짐이 내 두 번째 인생의 첫 문장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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