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다시 교단에 서다, 낯선 땅에서

홍콩에서 다시 ‘선생님’이라 불리다

by Gene

시간이 흘러, 홍콩 생활이 두번째 해가 되었을 무렵
이 도시는 조금씩 익숙해졌다.
이웃과 미소를 나누고,
시장 아주머니의 “Good morning!” 인사에도 웃으며 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엔 여전히 공허함이 남아 있었다.
수학을 가르치던 그 시간,
학생들의 눈빛이 그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학부모의 제안이 찾아왔다.
“혹시 아이 수학 좀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순간,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결심하고 있었다.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첫 수업 날, 긴장으로 손끝이 떨렸다.
학생은 조용히 문제를 풀다가 이내 웃었다.
“I got it”
그 한마디에 내 안의 두려움이 녹아내렸다.
그 말은 단순한 이해가 아니라
‘이곳에서도 당신의 가르침이 통한다’는 신호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선생님’으로 불렸다.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수업을 요청하는 학부모가 늘어났다.
오랜만에 다시 느껴보는 성취감과 보람이
내 하루를 채웠다.
홍콩의 하늘은 여전히 낯설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나답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세상은 또 멈췄다.
학교가 문을 닫고, 도시가 조용해졌다.
남편은 홍콩에 남고,
나는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귀국해야 했다.
공항에서의 마지막 포옹은
‘곧 다시 만나자’라는 약속보다
‘다시 버텨야 한다’는 다짐 같았다.

비행기 창밖으로 번지던 불빛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제, 또 한 번의 시작이 필요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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