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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갈등을 즐겨야 한다

by 최환규

조직의 리더는 매 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내린 결정이 잘 못 되면 회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혹은 ‘이렇게 내리는 결정이 최선의 선택인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리더의 이런 고민을 ‘결정 갈등(Decisional Conflict)’이라고 한다.


리더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정보를 수집하게 되면 그 정보를 해석한 다음, 해석한 정보를 평가해 가장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리더가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데 그중 하나가 리더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이다. 특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의 고민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리더가 의사결정을 위해 긴장하게 되면 신경과민, 불면증, 식욕부진, 노여움과 같은 심리적 불안정이나 의기소침, 피곤, 탈진, 무기력, 불감증과 같은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압박감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압박감의 첫 번째 원인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다. 리더는 자신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만약 리더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 회사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리더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다.

리더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회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크게 물질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손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질적 손해’는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보는 경우이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도 물질적인 손해의 한 사례이다. ‘정신적 손해’는 자신의 의사결정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심리적인 타격이 크다. 이런 실패 경험은 리더로부터 자신감을 빼앗아 간다. ‘사회적 손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리더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실패를 경험한 리더는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압박감의 두 번째 원인은 ‘해결방법에 대한 의심’이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 외에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리더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방법이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면 리더는 불안해진다.

압박감의 세 번째 원인은 ‘시간에 대한 압박’이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하면서 시간이 부족해 더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초조해지면서 스트레스 상태가 된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리더 주변에 널려있는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리더가 시간 압박을 받을 때 보이는 태도는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리더 자신이 지금까지 하던 의사결정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전해주는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주변에 있는 협력자도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게 된다.


둘째, 지금까지 하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다.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 ‘팔랑귀’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변의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원들을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리더와 함께 일하는 부하는 수시로 변하는 리더의 태도로 인해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 있다.


셋째, 방어적으로 회피하는 방법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결정을 미루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방어적인 회피 방법이다. “A부서장이 결제를 하면 나도 하겠다.”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넷째,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일수록 신경질의 강도가 높아지고 횟수가 증가한다. 하지만 신경질만 내는 것이지 정작 해야 하는 결정은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상사가 신경질을 내는 동안 부하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리더와 부하 모두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서 조직 전체의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정할 것이 확실한 아이디어를 충동적으로 선택하거나 쉽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만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가지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은 의사결정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결정을 하면 회사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진다. 조직의 리더는 ‘결정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정 갈등은 리더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결정 갈등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결정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다섯째, 적절한 해답을 집중적으로 찾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결정 갈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회의와 시간 압박의 스트레스에 대해 의도적으로 맞서고 있어 리더가 이 방법을 사용하면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리더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압박에 대해 대처하는 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리더가 ‘의사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지식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압박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리더가 의사결정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심리적인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누구나 심리적인 압박을 받지만 모든 사람이 심리적인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시험시간 직전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 직전까지 한 문제라도 더 맞힐 요량으로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소와는 달리 옆에서 떠드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산적인 결과는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할 때 얻을 수 있다. 만약 시험을 보는 학생이 책을 보지 않고 ‘내가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기 시작하면 책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평소 이해가 되지 않아 자신이 없었던 내용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알고 있던 내용까지도 지워져 버린다.

부정적인 생각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심리적인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너무 과도하거나 너무 낮을 때 만들어지는 부작용 때문이다.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학창 시절 시험 시간 직전의 모습처럼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 준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스트레스의 강도를 적정 수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리더가 의사결정할 때 리더의 경험이나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문제는 과거 자신이 해결했던 사건과 지금 눈앞에 있는 사건은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오히려 과거에 사용했던 해결 방법이 현재의 사건 해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리더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으면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해결 방법이 내 경험 밖에 있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리더의 이런 노력들이 모여 리더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을 꺼려한다. 감기와 같이 사소한 질환으로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자신과 회사의 미래와 관련된 의사결정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망설인다. 이런 리더의 생각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자신의 힘으로 마무리했을 때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리더가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혼자서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빠질 위험 또한 도사리고 있다.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 리더에게 권하고 싶은 또 다른 방법은 ‘코치’의 도움이다. 여기서 코치의 역할은 리더가 ‘결정 갈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의사결정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의사결정을 하느냐에 있다.


코치는 첫째, 리더를 압박감에서 벗어나 리더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장고 끝에 악수’란 말도 리더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리더가 생각을 많이 할수록 ‘생각의 덫’에 빠지기 쉽다. 코치는 리더가 생각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고, 생각에 덫에 빠진 리더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리더가 객관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도록 도울 수 있다. 리더는 정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를 의사결정에 우선적으로 참고한다. 이런 편견이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코치는 리더와 같은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없을 수 있다. 관련 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의 부족이 얼핏 약점처럼 보이지만 편견 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굉장한 강점이다.


해결 방법에 대한 선택은 최종적으로 리더에게 있다. 리더는 자신의 결정이 회사와 많은 조직원들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정 갈등을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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