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이 되면 조직원들은 자신만의 인사안을 짜느라 바쁘다. ‘내가 승진할 수 있을까?’부터 ‘승진 대상자는 누구다’ 혹은 ‘부서장으로 누가 온다더라’ 등, 동료끼리 정보를 교환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쓴다. 이때 모든 조직원은 자신과 친하거나 자기 말을 잘 따르는 사람과 근무하기를 바라고 관계가 별로거나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상사는 하루라도 빨리 다른 부서로 보내버리고 싶어 한다. 이런 바람을 갖는 이유는 도움이 되는 사람과 함께 근무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희망은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원하는 연애나 결혼 상대는 학력과 외모, 성격 그리고 경제력 모두 뛰어난 사람이다.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을 원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고, 지인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는 등 자신에게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한다. 이직이 연봉이나 다른 조건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미련 없이 회사를 옮긴다. 돈보다 동료와의 친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급여를 올려준다는 다른 회사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선량한 조직원은 조직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일한다. 하지만 일부 상사의 잘못된 선택은 조직원의 의욕을 꺾어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잔소리이다.
잔소리꾼도 잔소리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잔소리해대는 이유는 잔소리보다 효과가 높은 방법을 알지 못해 잔소리라도 하지 않으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으로 인해 잔소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잔소리가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마약과 같기 때문이다. 상사가 잔소리를 시작하면 부하들은 상사의 무리한 요구를 따르는 것이 잔소리를 더 많이 듣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상사의 요구에 따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척한다. 상사는 부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기 말이 먹힌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부하는 그저 상사의 잔소리 폭탄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상사의 지시에 따르므로 잔소리가 반복될수록 부하는 수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잔소리에는 부하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담겨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하는 상사가 잔소리하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상사와 솔직한 대화가 어렵기 때문에 부하는 상사와 싸우거나 아니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생각으로 상사의 잔소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상사의 잔소리가 잦을수록 부하는 상사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른다. 이것은 상사의 리더십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상사의 잔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의지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조금도 지지 않겠다는 부하의 생존 전략 때문이다. 이런 조직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사의 잔소리는 유능한 인재를 회사 밖으로 내쫓는다. 상사로부터 잔소리를 듣더라도 월급이나 능력 향상의 기회가 많아 계속 근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이직을 고민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유능한 사람일수록 이직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조직원은 매 순간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잔소리는 상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5월 한 달 감정노동 체험을 위해 발레파킹 기사로 일하는 동안 동료 두 사람이 필자에게 잔소리해댔다. 이 두 사람과 다툰 후 사이가 벌어진 동료가 “이 둘의 말을 무시해야 일하기 편하다.”라고 했던 이유를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둘이 필자에게 잔소리했던 목적은 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덜 피곤해지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심지어 필자가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했더니 “열심히 하면 기사를 채용하지 않으니 적당히 일해라.”라는 말도 했다. 잔소리하는 사람은 동료의 업무 몰입을 방해하는 방해꾼이다. 이런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선량한 조직원은 이직과 같이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을 시도하게 되면서 조직의 경쟁력은 떨어지는 것이다.
직장인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꾀를 부리면서 일하는 사람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비웃으면서 자신의 선택이 현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이 큰 착각이었다고 깨닫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사람의 경쟁력은 제자리이거나 하락해 조직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열심히 일하면 업무 능력이 향상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몸값도 올라간다. 또한, 업무에 관한 자신감과 성취감이 높아지는 것은 덤이다. 그러므로 직장인은 수시로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행동이 어떤 것이지 늘 성찰하면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