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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Apr 12. 2024

직장인의 선택에 따라 이익의 규모가 달라진다

지상파 예능 중에서 남자 연예인 6명이 1박 2일 동안 전국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들이 식사나 잠자리를 걸고 게임을 해 이기는 팀에게는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를, 진 팀에게는 양도 적고 맛도 별로인 식사와 불편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식사와 잠자리가 걸린 게임 중에서 잠자리가 걸린 게임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점심이나 저녁은 부실하게 먹더라도 먹기는 하지만 잠자리는 ‘모 아니면 도’와 같이 게임에서 지면 큰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이긴 팀은 실내에서, 진 팀은 바깥에 있는 텐트에서 잠을 잔다. 봄과 가을에는 그나마 캠핑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도 있지만, 여름과 겨울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야외에서 자는 사람은 여름에는 더위와 모기에, 겨울에는 추위로 인해 힘들어한다. 게임에서 이기면 맛있는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라는 이익을, 지면 맛없고 부실한 식사와 불편한 잠자리라는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다.     


실외에서 자야 하는 사람은 팀원이 누구냐에 따라 고통이 한 가지가 더 추가되기도 한다. 바로 동료의 코 고는 소리이다. 일반인 중에도 코골이와 함께 잘 때의 고통을 경험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코 고는 소리를 경험한 사람은 코골이들과 함께 자는 것이 두렵다. 코골이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면 코 고는 소리로 인해 잠을 이룰 수 없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코골이보다 먼저 잠들더라도 코 고는 소리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거나 중간에 잠이 깨면서 아침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에서 져 야외에서 불편하게 자는 것에 더해 제작진이 예상하지도 않은 벌칙이 아닌 불이익을 출연진 스스로 받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코 고는 동료와 함께 자야 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두 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귀를 막아 소리를 차단해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골이를 피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귀마개로 귀를 막더라도 코 고는 소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그나마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다.  

    

1) 충동적인 선택의 끝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볼 수 있다     


귀마개보다 더 효과가 높은 방법이 코골이를 피해 텐트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텐트 밖으로 나가는 선택에는 상당한 대가가 따를 수 있다. 코 고는 소리를 피해 충동적으로 텐트 밖으로 나가는 순간 여름에는 코 고는 소리 대신 모기와 싸워야 하고, 겨울에는 엄청난 추위를 견뎌야 한다. 설사 봄과 가을이라도 잠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출연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텐트 주변을 맴돌면서 밤을 새우는 것이다. 어려움을 피하려고 치밀한 계획 없는 선택은 더 큰 어려움에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다.  

    

밖에서 모기에 시달리거나 추위에 떨다 다시 텐트에 들어갈 수는 있다. 이렇게 되면 텐트 밖으로 나온 선택은 작은 손해로 결론이 난다. 밖에서 밤을 지새운다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 이처럼 대안이 없는 충동적인 선택에는 손해만 따를 뿐이다.           


직장 선배나 주변 사람들은 직장인에게 ‘회사 밖은 지옥이다.’라는 자주 한다. 경영진의 무능력이나 윤리적이지 못한 언행을 목격하면 어두운 터널에 갇힌 것처럼 답답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이나 스트레스는 좁은 텐트에서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자야 하는 것과 같이 고통스럽다. 이런 상황에 놓인 직장인은 ‘직장을 옮기면 이런 어려운 상황이 없어질 텐데….’라는 착각으로 충동적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이런 선택을 하면 순간적으로는 어려움에서 벗어났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만 남게 된다.     


코 고는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텐트 밖으로 뛰쳐나가면 모기나 추위와 같은 어려움이 기다리는 것처럼 직장 생활이 힘들고 괴롭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 모기나 추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련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코 도는 소리를 피해 텐트 밖으로 나가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텐트 밖으로 나간다고 제작인이 따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처럼 직장을 그만둔다고 별다른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과 현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텐트에서 나온 연예인은 다시 텐트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아무런 불이익도 없다. 하지만 퇴직을 한 직장인은 퇴직 전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 순간적인 선택이 평생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2) 이익이 되는 선택을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퇴직을 고민하는 사람은 ‘퇴직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직장인의 퇴직 사유를 크게 분류하면 ‘업무’와 ‘사람’ 때문이다. 연예인이 추운 겨울 텐트에서 자는 것은 ‘일’이다. 이때 코 고는 소리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사람’ 때문이다. 정확하게 일하는 과정에서 동료의 특정 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그 결과 텐트 밖으로 피신한 것이다. 만약 코 고는 소리로 인한 고통이 너무 심해 동료와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심한 스트레스로 일상에도 영향을 받게 되면 프로그램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연예인이 충동적으로 프로그램을 그만두면 후유증은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제작진으로서는 이 사람을 대체할 연예인을 찾아야 하고,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한다. 이런 귀찮을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제작진으로서는 ‘이런 사소한 일로 프로그램을 그만둔다고?’라는 의문이 들면서 ‘이 사람은 조금만 힘든 일이 있어도 계속 이러겠네.’라고 평가하게 된다. 이 소문은 금방 관련 업계의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면서 일할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이런 사람과 달리 코 고는 소리에 견디는 모습을 보였다면 시청자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코 고는 사람과 함께 하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이해한다.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행동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원하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잠자리를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연예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시청자들이 그 연예인을 선호하면 연예인의 몸값도 달라진다. 참고 견딘 보람이 있는 것이다. 직장인이 퇴직을 결심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직장에서의 어려움은 충분히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 코 고는 소리로 고통받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은 실내에서 잠을 자도록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다. 실내는 텐트와 달리 여유 공간이 있다. 옆에서 나는 코 고는 소리를 견디기 어렵다면 옆 사람과의 거리를 더 많이 둘 수도 있고, 위치를 바꿀 수도 있다. 여기에 귀에 잘 맞는 소음 방지 귀마개까지 한다면 코골이의 공격에서 견딜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로부터 고통을 받는 사람은 여러 방법을 통해 그 상황을 이겨내거나 예방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많은 직장인이 업무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예능에서의 경쟁력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코 고는 소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 동료를 원망하거나 텐트 밖으로 뛰쳐나가기보다는 노력을 통해 견디는 모습을 보일 때 시청자들은 감동한다. 직장인이나 연예인 모두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역량은 향상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 있는 곳이든 새로운 직장에서든 더 높은 몸값을 인정받으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수명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3) 직장인의 진짜 고통은 일하지 못하는 것이다


직장인이 경험하는 진정한 고통은 일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텐트를 뛰쳐나가 모기에 물리거나 추위에 떠는 것에 비할 수 없는 고통이다. 일자리를 잃는 순간 경제적인 고통, 가족과의 불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직장이 있음으로써 유지가 가능했던 모든 기반이 한꺼번에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직장인에게 재테크만큼 중요한 것이 ‘퇴직테크’이다. 직장인이 퇴직 시점과 방법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망 가득한 미래를 만들 수도 있고, 좌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라는 주식의 격언처럼 퇴직을 결정하는 시점과 방법에 따라 대박이 될 수도, 쪽박이 될 수도 있다.  

    

경쟁력이 있는 사람만이 퇴직 시점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직장인은 퇴직을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몸값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럴 때 힘들게 노력하는 대신 사내 정치에 발을 담그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이 선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업무에 전념하는 대신 끊임없이 사내 정치의 경쟁 상대의 동향을 감시해야 한다. 또한, 사내 정치에 관여한 기간이 오래될수록 상대의 견제를 심하게 받으면서 조직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다른 직장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사내 정치와 같은 업무 역량 향상과 관련이 적은 방법은 스스로 자기 미래를 없애는 선택이 된다. 따라서 직장인을 위협하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는 업무와 관련한 역량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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