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다른 사람도 좋아할까?

by 최환규

직장 생활 당시 점심시간에 자주 경험했던 곤혹스러운 상황이 있었다. 부서장이 점심을 함께하자고 할 때마다 부서장이 추천하는 점심 메뉴로 인해 점심을 함께하는 것을 주저하곤 했었는데, 부서장이 선호하는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그 식당은 음식이 맛있어서 점심시간마다 주변 직장인들로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는 식당이었지만 신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은 그 식당의 김치찌개는 피하고 싶은 음식 중의 하나였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원한다. 음식뿐 아니라 일을 하거나 심지어 놀 때도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법으로 놀기를 원한다. 자신의 바람이 충족되지 못하면 마음속으로 불만이 생기는데 이것을 ‘욕구불만’이라고 표현한다. ‘욕구’는 ‘생활체의 생리적·심리적 기구에 생기는 부족 상태를 보충하고 과잉 상태를 배제하려는 생리적·심리적 과정’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행동의 동기를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이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로 분류되는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이 욕구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 중 하나는 ‘자율성’이다. 음식점에서 가족이 외식할 때의 모습을 보자. 부모는 아이에게 비싸거나 몸에 유익한 음식을 먹이려고 시도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피자, 햄버거나 탄산음료와 같이 몸에 그다지 유익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갈등이 발생하고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이 불쾌한 시간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부모가 아이에게 음식을 선택할 자율성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자율성의 문제는 주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다. 가사도우미가 오는 매주 목요일이 되면 집에 비상이 걸린다. 어머니가 맞벌이 부부를 돕기 위해 가사도우미에게 필요한 일을 시키시는데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당신의 방식대로 가사도우미가 일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되면 가사도우미는 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머니가 원하는 방식대로 일해야 해 자율성을 상실하게 되면서 욕구불만 상태가 되어 일하더라도 즐겁지 않고, 능률도 떨어지게 된다.


자율성의 박탈은 서로를 힘들게 한다. 어머니로서는 평생 해오신 당신의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가사도우미로서는 어머니의 지시가 자신의 자율성을 빼앗는 간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게 되면 어머니와 가사도우미 모두 평소보다 더 힘든 하루를 보내게 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사가 부하에게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강요하게 되면, 부하는 상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직장인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율성을 원한다. 일부 상사는 “상사가 시키면 부하는 그대로 따르면 되지 무슨 설명이 필요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상사가 부하에게 강압적으로 대하면 부하는 자율성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태는 식당에서 아이의 바람과는 달리 부모가 원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게 하는 것과 같다. 아이가 부모의 강요로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게 되면 탈이 날 가능성이 커지듯이 직장인에게도 상사의 강압적 지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마치 상사가 사주는 김치찌개를 먹으면서도 고마워하기는커녕 다른 생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율성은 업무성과와 연결이 된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원이 조직이 정한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원과 조직의 목표를 공유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조직원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조직원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익숙한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율성을 얻기 위해서는 상사와 조직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는 조직원이 일하는 과정에서 과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르거나 피로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조직원이 보이면 방법을 찾아주거나 격려를 통해 조직원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우면 된다. 조직원은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사에게 자율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의 업무 스타일과 지식수준을 점검하면서 더 나은 방법으로 업무를 하고, 최신 업무 지식을 익힐 필요가 있다. 조직원의 이런 노력이 모일 때 자율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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