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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Aug 16. 2024

인간관계는 업무에 쏟는 열정에 비례한다

영화 ‘명량’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명량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과의 전투에서 대승한 명량해전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뇌로 보내셨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그에 적합한 그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큰 노력을 하셨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본래의 역할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순신 장군을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괴롭힌 세력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는 것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큰 훼방꾼은 선조 임금이었다. 일본의 침략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치더라도 전쟁이 일어난 후의 모습은 임금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구한 사람들은 항상 ‘힘없는 백성’들이었다. 평소 온갖 권력을 휘두르면서 백성을 괴롭히던 관료들이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당황해 아무것도 못 하고 발만 동동 구르거나 도망가기에 바쁜 모습들을 영화에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사람들이 막상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으면서 나라를 위해 싸우는 모습은 정말 감동을 주는 장면이다.     


이런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많다. 리더십과 관련해 많은 연구와 서적들이 널려있지만,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 리더는 그리 많지 않다. 언론에 보도되는 부실기업의 리더들은 선조 임금과 같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했고 책임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리더의 공통점은 책임보다 권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인 없는 기업의 경우처럼 낙하산으로 내려온 경영층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인이 명확하게 있는 기업의 경우 경영에 실패하면 주주들은 자신의 전 재산을 잃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조직을 운영해야 하지만 일부 문제 기업의 경우 경영진은 설사 기업이 부실해지더라도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잃을 것이 없기에 책임감도 부족할 수밖에 없고, 자신을 임명해 준 사람의 은혜에 보답도 해야 했기에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특히 경영진의 도덕성이 부족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떨어지는 사람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 이 사람은 ‘여기에 있는 동안 여유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보답도 해야 하고, 자신의 권한을 마음껏 누리고 싶은 충동도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조선시대에 당파 싸움하듯이 조직은 분열될 수밖에 없고,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면서 결국은 부실기업이 되는 악순환을 맞이하는 것이다.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리더의 말이나 행동 중 부정적인 것이 미치는 영향력과 범위는 조직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진왜란 때 백성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서울을 버리고 도망치는 선조를 보면서 백성들은 모든 의욕이 사라졌을 수 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리더가 의욕을 보이지 않거나 부하에게 하는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자기 말이나 행동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기업을 선택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바로 자신이라고 강조하고, 취업하면 어떤 각오로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결심을 담는다.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취업에 대한 간절함을 ‘취업만 된다면 용광로의 쇳물도 맨손으로 옮기겠다.’와 같은 우스갯소리로 표현하기도 한다.    

  

취업준비생의 이런 절박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게 된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바로 넣으면 개구리는 그 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게 되지만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물의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서서히 익어가면서 죽게 된다. 이런 개구리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 분위기에 익숙해져 가고 주변 사람들과도 친해지면서 긴장감은 줄어드는 대신 그 빈자리를 편안함으로 채우게 된다. 이런 생활이 지속될수록 생존에 대한 절박함은 사라지게 된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던 그 순간들은 모두 잊고 현실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리더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이 안정되고 별다른 일이 발생할 것 같지 않으면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위기 상황에 대한 대비는 다른 사람의 일이 된다. ‘금융위기와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보다는 ‘내년에 승진에서 밀리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이 주를 이룬다. 두 생각 사이에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생각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내년에 승진에서 밀리면 어떡하지?’의 경우를 보자. 이런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승진’으로 승진하는 방법에만 관심을 둔다. 승진을 위해 실적이 필요할 것 같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적을 만든다. 심한 경우 불법을 저지르는 일도 있다. 동료가 걸림돌이라고 생각되면 동료의 평판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도 저지를 수 있는데, 임진왜란 당시 선조 임금이 이순신 장군에게 하던 행동과 비슷하다. 이런 사람은 조직을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조직원들의 에너지를 필요 없는 곳에 쓰게 만드는 조직의 암과 같은 사람이다.      


다음은 ‘금융위기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빨리 극복할 수 있을까?’의 경우를 보자.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설사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있더라도 회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할 각오를 한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조직의 성과는 조직원의 숫자에 비례하지 않는다. 수학에서야 ‘1+1=2’가 분명하지만, 조직원의 수와 조직의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조직원 중에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인원수에 비해 성과는 떨어진다. 사람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행되기를 원한다. 자신의 성과를 드러낼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노력에 비해 그다지 티가 나지 않는 프로젝트라면 자기 대신 다른 사람에게 서로 떠넘기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맡게 된 사람도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라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성과는 떨어지게 된다.      

     

일당백이란 말이 있다.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상대보다 자신이 얻는 이익이 적거나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라도 조직을 위해서 감수한다면 별다른 잡음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이렇게 자기희생이 가능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팀이라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수학에서는 불가능한 ‘1+1>2’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원인은 인간관계이다. 프랑스에서 낙서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이 대회에서 공모된 주제는 출퇴근 시간에 꽉 막히는 도로를 가장 빨리 갈 방법을 낙서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비행기를 타고 간다, 지하철을 탄다, 뛰어간다, 자전거를 타고 간다 등 온갖 아이디어뿐 아니라 가지 않겠다는 낙서까지 나왔다. 1등을 차지한 문장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라는 낙서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 즐거운 마음에 신나서 일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일할 마음이 사라지고, 이런 상태에서는 업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간관계는 업무에 필요한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종류의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 한 가지는 신체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음식물이 대표적인 에너지 공급원이다. 이런 종류의 에너지원이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한 가지 에너지원은 심리와 관련된 에너지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라는 말처럼 심리와 관련된 다양한 영향들이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상사로부터 칭찬을 받은 사람은 신이 나서 더욱 열심히 업무를 하지만 비난을 들으면 화가 나거나 우울해지면서 일할 마음이 사라져 평소보다 더 못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가 다운된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생산적인 결과물을 내기는 어렵다. ‘조직을 운영한다.’는 말은 ‘조직원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조직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조직원은 항상 자신의 에너지 상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 또한 온전히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에서 일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업무 성과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만약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은 몸만 사무실에 있는 것으로 제대로 된 일을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조직의 분위기를 망쳐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만 될 뿐이다.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표적인 유형은 하는 일 없이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는 사람이다. 모든 조직원은 ‘퇴근’의 목적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다음 퇴근하는 사람보다는 업무를 남긴 채로 퇴근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업무를 남겨두고 퇴근하는 이유는 다음 날을 위해서이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주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휴식을 위해 퇴근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퇴근은 다음 날 일을 위한 준비 시간이라고 봐야 한다.      


휴식은 일하면서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퇴근하고 난 다음부터는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동료를 비난하는 시간을 갖는 사람은 자신의 에너지를 회복하기는커녕 그나마 남아있던 에너지마저 탕진한 상태로 그다음 날 출근하게 된다. 이 사람이 제대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만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조직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직장인은 아침에 출근할 때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이나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든 경우 술을 마시는 것보다 충분한 휴식이 도움이 된다. 긴장을 풀기 위해 마시는 약간을 술은 에너지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술은 에너지를 낭비할 뿐이다. 즉, 자신과 조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몸만 자리에 있는 사람은 가을 논에 세워진 허수아비와 같아서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수많은 전투에서 기적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배나 사람과 같은 자원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이겨야겠다는 열정이었다. 이처럼 업무 성과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를 얼마나 그 일에 쏟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조직의 리더가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조직원의 수만 믿고 긴장을 풀게 되면 그 조직은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조직원은 ‘1+1 <2’, ‘1+1=2’ 혹은 ‘1+1>2’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이 조직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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