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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Oct 18. 2024

이직은 도피의 수단이 아니다

직장인의 삶은 갈등과 스트레스와 함께하는 삶이라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만들어지는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는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회피하는 태도이다. 이 선택은 힘든 상황을 피하거나 무시하려는 태도입니다. 이 경우 갈등이나 스트레스는 해결되거나 해소되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경쟁하는 태도이다. 이 선택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상대를 이기거나 패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런 해결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대와의 관계를 나쁘게 만들어 자신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 셋째, 수용하는 태도이다. 이 선택은 자신의 요구를 포기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는 태도이다. 이렇게 하면 어려운 상황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이나 상대에 대해 불만을 품을 수 있다. 넷째, 타협하는 태도이다.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당사자들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중간 지검을 찾으려는 태도이다. 이는 신속한 해결을 가져올 수 있지만, 각자의 요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을 수 있는 불완전한 해결 방법이다. 다섯째, 협력하는 태도이다. 서로의 요구와 관심사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태도이다. 이는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결과로 만드는 방법이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처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습관’처럼 익숙해진다. 술만 마시면 동료와 다투는 사람은 이런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 반복될수록 익숙해지면서 다투는 횟수는 늘어나고 강도도 커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습관이 강화될수록 다른 태도로 바꾸기 어렵게 된다.     


위에서 설명한 다섯 가지 방식 중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이 ‘회피’이다. 이 방식은 아무런 노력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현명한 선택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최악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거의 모든 갈등이나 스트레스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기는커녕 해결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회피 반응의 근본적인 문제는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입 사원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쉬운 업무부터 어려운 업무까지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이럴 때 쉬운 업무만 골라 한다면 실력이 향상되지 못하는 것처럼 갈등이나 스트레스도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능력이 향상되지 못하게 된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직장인이 선택할 카드 중 하나는 ‘이직’이다. 만약 자신의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어쩔 수 없어 이직을 선택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 자체가 불편해 이직한다면 이직은 어려움을 회피의 수단으로서의 선택이다.     


문제는 이직한다고 갈등이나 스트레스 해소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인이 동료와 일하는 동안 항상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만약 지금 직장에서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해결하기 싫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선택을 한다면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원할 때 자신이 원하는 직장으로 언제든지 이직할 수 있다면 굳이 갈등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불편한 상황을 해소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그런 능력을 갖출 필요도 없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할 각오가 필요하고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이직하겠다고 결심한 직장인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동료와 다툼을 피하기만 했다면 상대의 부당함을 솔직하게 말하고 시정을 요구해보자. 상대에게 먼저 시비를 걸기만 했다면 시비 대신 상대의 말을 먼저 듣고 판단해보자. 평소 자신이 하지 않았던 방법을 처음 시도할 때는 어색하기도 하고, 약간의 두려움도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어차피 떠날 직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로 인해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산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시도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문장처럼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면 새로운 분위기에서 시작할 수 있다. 만약 전 직장에서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은 채 이직을 했다면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이직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직장을 찾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능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더 이상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사람과 달리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면 새로운 직장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직장인의 능력은 문제 상황에서 드러난다. 따라서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느 정도의 극복 능력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능력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이런 능력이 직장인으로서의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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