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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Oct 11. 2024

발목에 달린 족쇄의 무게를 확인하라

직장인에게 승진이나 연봉 인상은 중요한 동기부여 수단이다. 승진은 직장인의 정체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재직 중인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임원 명함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주면 그 명함을 받는 사람은 태도가 눈에 띌 정도로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태도가 변하는 이유는 ‘대기업 임원’이라는 타이틀의 힘이다. 연봉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직장인은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승진이나 연봉 인상에 목을 매달게 된다.   

  

하지만 승진이나 연봉 인상이 직장인의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지는 않는다. 승진할수록, 연봉이 많아질수록 퇴직할 날이 가까워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기업이 이런 사람을 빨리 퇴직시키려는 이유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건비 절감이다. 연봉이 항상 성과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가장 손쉬운 타깃이 연봉이 높은 직급이 높은 직장인이다. 둘째,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기 위함이다. 직급이나 연봉이 높은 직장인은 기존의 방식이나 시스템에 익숙해져 기업의 생존에 필요한 변화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과도 연결된 것으로 변화는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 특히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한 지식이나 기술에 집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조직원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변화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태도가 오히려 자신의 직장 수명을 단축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지금의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도 직장을 떠나야 한다.     


많은 직장인은 이직할 때 자신의 몸값을 가능한 한 높이려고 한다. 직장인의 몸값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때 정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나 연봉이 높은 사람을 찾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고차 시장의 현상과도 일치한다.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의 감가율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그 이유는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부품교체비와 수리비 등 유지관리비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이다. 중고차와 비슷하게 업무 경험이 많은 사람은 연봉은 높지만,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연봉에 비례하지 않은 사례가 많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이런 사람보다는 연봉이나 직급이 낮더라도 가성비 높은 직원을 채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직장인에게 승진이나 연봉 인상이 반드시 상인 것은 아니다. 승진이나 연봉 인상이 상이 되기 위해서는 같은 직장에서 정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소유주의 직계 가족이 아니라면 이런 기대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직장인은 자신의 직장 수명 연장을 위해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문제는 이직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위에서 직장인의 몸값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다고 잠시 언급했다. 시장에서 많이 필요한 기술이나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금 직장에서보다 직급이나 연봉을 높여 이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직할 때 연봉이나 직급에서 손해를 볼 각오를 할 필요도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연봉이나 직급이 이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자신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직장인은 승진할 때나 연봉이 인상될 때마다 자신의 발목에 쇠 구슬이 하나씩 달린다고 여길 필요가 있다. 발목에 장애물이 달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달리기 시합을 하면 발목에 장애물이 없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승진 경쟁을 하면 높은 연봉이나 높은 직급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직할 때는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에 직장인은 승진하는 순간 기쁨에 들뜨기보다는 경쟁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상에 어떤 일도 공짜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이익을 얻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식이든 체력이든 경쟁자보다 뛰어나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일하고 웃으면서 퇴직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자신에게 매달려있는 장애물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이 승진이나 연봉 인상에는 항상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눈앞의 승리에 취해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살피지 못한다면 높은 직급이나 연봉이 오히려 자신을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여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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