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신화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비의 신화



**〈비의 신화〉


박성진 시인 작


태양은 제단 위에서

붉은 심장을 꺼내 놓고

천천히 물러난다


울음을 삼킨 하늘은

거대한 신의 눈동자

우울의 창을 연다


별들은 마지막 불꽃으로

작별의 송가를 부르고

달은 검은 돛을 펴고 떠난다


남은 건

신도 버린 자유

그리고,

끝없는 창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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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해설


― “비는 눈물인가, 해방인가”**


박성진 시인의 〈비의 신화〉는 서정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엔 신화적 상상력과 철학적 비틀림이 있다.


태양을 ‘제단 위의 심장’으로 묘사한 첫 연부터 이 시는 천체를 인간과 신의 경계선에 놓는다. 하늘은 감정을 가진 존재로, 울음을 삼키며 고요 속의 폭풍을 예고하고, 비는 단순한 물방울이 아닌 ‘신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린 감정의 파편이다.


둘째 연에서 밤하늘의 별과 달은 각기 죽음과 떠남의 상징이 된다. 별은 불꽃처럼 타오르며 소멸을 노래하고, 달은 어둠을 몰고 오며 항해를 시작한다. 모든 것이 떠나는 시간, 세계는 일종의 ‘우주적 애도’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 시가 주는 진정한 반전은 마지막 연에 있다.

“남은 건 / 신도 버린 자유 / 그리고, / 끝없는 창공” — 이 대목은 자유를 긍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도 외면한 자유’는 절대적인 고독, 혹은 무의 책임을 암시한다. 세상과 이별한 자에게 남는 것은 해방이 아닌 공허한 무한이다.


그러니 이 시의 비는, 단순한 감성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눈물이 아니라, 경계 너머의 침묵이고,

치유가 아니라, 진실한 고독의 시작이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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