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의 저녁, 총성너머》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사이공의 저녁, 총성너머



Ⅰ. 시 — 〈사이공의 저녁, 총성 너머〉


월인 박성진 시인


사이공 저녁,

라디오에서 이미자의 노래가 흐른다

“동백아가씨…”

전우들의 눈빛이 잠시 고향을 그린다


포연 사이로 달빛은 숨어들고

바람은 총탄을 피해 돌아와

녹슨 철모 위에만 내려앉는다


스무 살 종군기자의 눈에

세상은 흑백사진처럼 멀어지고

쓰러진 이름 모를 청년의

군번줄만 달빛에 반짝인다


누군가는 살아 돌아가고

누군가는 저 강 건너 별이 된다

나는 밤마다 기사를 썼다

총성보다 깊은 침묵으로



---


Ⅱ. 전쟁문학 심화 평론


이 시는 한국 문학사에서 드문 베트남전 서정시로,

전쟁의 참혹함을 정면으로 외치지 않고, 부드럽게 기록한다.


1. 첫 연 — 위로의 노래, 심리적 피난처


이미자의 목소리는 전쟁터의 라디오를 통해

한순간 병사들을 고향으로 데려간다.


문학적으로 볼 때, 전쟁터의 음악은 삶과 죽음 사이의 호흡이며,

집단적 상처를 누그러뜨리는 심리적 장치다.




2. 둘째·셋째 연 — 기록자의 눈과 흑백사진의 시선


“흑백사진처럼 멀어진 세상”이라는 표현은

청년 종군기자가 본 전쟁의 시각적·정서적 황폐를 드러낸다.


문학적으로 ‘흑백’은 죽음과 생존의 양극,

그리고 젊음의 색채 상실을 동시에 상징한다.




3. 마지막 연 — 총성보다 깊은 침묵


전쟁은 사실 ‘소리’보다 ‘침묵’으로 남는다.


기자의 기록은 전우의 죽음을 목격한 윤리적 증언이자,

총탄이 지나간 뒤 남는 인간의 내면적 소리 없는 울음이다.





이 시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한 청년의 눈으로 전쟁과 인간의 덧없음을 서정적 기록으로 남긴다.



---


Ⅲ. 전쟁의 인간학 — 종군기자의 시선


스무 살에 전쟁을 목도한 종군기자는

병사도 민간인도 아닌 경계인의 시선을 가진다.


총탄을 피하며 기록하는 삶은

생존과 목격 사이에서의 이중적 긴장을 보여준다.


종군기자의 눈에 비친 전쟁은

전략과 승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얼굴, 눈물, 군번줄이었다.



이 시는 단순한 전쟁 보고가 아닌,

한 청년의 인간학적 성장 기록이자 비극의 서사시다.



---


Ⅳ. 홍중기 증인의 맺는말


“나는 스무 살에 베트남으로 갔습니다.

총알이 스치는 거리에서 카메라 대신 펜을 들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이미자 선생의 노래를 틀던 날,

병사들의 눈빛이 순간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웃음 뒤에는 늘 공허가 있었고,

그날 밤 또 몇 명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내 마음의 사이공 저녁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니,

그 시절의 달빛과 침묵이 다시 제 곁에 앉는 듯합니다.”



---


Ⅴ. 총평 — 한국 전쟁문학사 속 의의


이 시와 증언은


1. 한국 청년의 전쟁 체험을 세계사 속에 기록하고,



2. 전쟁문학의 서정성과 증언성을 결합하며,



3. 분단문학과 해외 파병사의 기억을 연결한다.




전쟁문학은 흔히 피와 총성으로 기억되지만,

박성진 시인의 이 작품은 조용한 기록의 힘으로 남는다.

침묵과 달빛, 그리고 종군기자의 눈물이

이 시를 문학적 참회록이자 평화의 증언으로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달빛이 내 이름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