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투여 중 마지막 한번, 하늘이시여 》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문화, 문학평론가

by 박성진

박성진 시인- 이사벨라 아홉 번째 기도문



〈이사벨라 아홉 번째 기도〉


박성진 시인 시


하늘이시여,

오늘도 항암제 독한 약이 제 몸을 흔들지만

제 안의 작은 불씨만은 꺼지지 않게 지켜주소서.


제 곁의 남편은

이름을 잊고 길을 잃어가지만,

그 따스한 손길과 영혼의 빛은

여전히 제 삶을 감싸고 있습니다.

그가 잊어버린 꿈을 제가 대신 지키고,

그가 흘려보낸 기억마저 제가 대신 노래합니다.


무대 위에서 떨리는 제 손을 붙잡아 주시고,

초가을 바람처럼, 관객의 눈빛처럼

제 안의 두려움이 잔잔히 가라앉게 하소서.

“괜찮아, 괜찮아” 속삭이는 가을바람의 음성이

제 노래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게 하소서.


하늘이시여,

저의 소망은 단 하나,

고통을 이기고 사랑으로 무대에

서는 것,

병마와 치매의 어둠을 넘어

끝내 희망의 불빛을 전하는 것.


“사랑해요, 사랑해요.”

이 고백은 남편에게 바치는 제 기도이며,

세상을 향한 제 마음입니다.

부디 이 노래가 별빛이 되어

모든 영혼의 하늘까지 밝혀 주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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