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292호 반송
태어나서 처음 만난 ‘반’씨와 결혼했다. 반 씨 성을 가진 유명인이 누구 있더라? 배우 반효정, UN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가수 반야월 그리고 반고흐 정도. 희귀성은 아니지만 많지 않아 만나기 힘든 성씨라고 할 수 있겠다. 암튼 지간 송 가네 딸내미는 살면서 딱 1명의 반 씨를 만났고 그 사람과 결혼했다. 그 사람과 놀러 가는 길이었다. 문경시 농암면을 지나는데 천연기념물 표지판이 보였다. 천연기념물을 아무렇지 않은 척 모른 척 지나가면 안 되지 않겠는가. 표지판을 따라가니 커다란 소나무가 있다. 무지한 내 눈에는 오래되었지만 상태 좋은 소나무일 뿐인데 천연기념물 292호 반송이란다. 반송은 무엇이고 특별한 무엇이 있나?
“반송?”
“반, 송?”
“반과 송”
“우리네? 푸하하하하”
반송은 소나무 품종의 하나이다. 땅에서부터 여러 갈래의 줄기로 갈라져 부채를 펼친 모양으로 자란다. 보통 나무는 뿌리에서 줄기가 하나 나오고 줄기가 자라 튼실하게 자리를 잡으면 그 줄기에서 가지와 잔가지들이 뻗어나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땅에서부터 여러 줄기가 갈라져 나오는 건 풀의 모양새 아니던가. 신기방기한 나무로다. 그리하여 반송이 자라면 전체적으로 우산 모양으로 보인단다. 우리 동네 반송은 400살 정도 되었으며 밑에서부터 나무의 가지가 여섯 갈래로 갈라져 육송이라고 불린다. 여섯 갈래가 제법 떨어져 있어 한 그루가 아니라 여섯 그루로 보인다. 정말 나무 한 그루 맞는가 싶다. 여섯 갈래의 뿌리가 한 뿌리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예전과 모양이 많이 달라졌나? 그래서 그런가 부채를 펼친 모양새도 아니다. 우산 모양도 아니다. 내 눈에는 그렇다.
나무 상태가 건강하고 좋아 보인다. 표지판에 이 나무를 베면 천 벌을 받는다는 전설이 있어 지금껏 잘 보호되었다는 안내가 있다. 아하~ 그랬구나. 다행이다.
“반과 송, 반송, 우리 동네에 우리 나무가 있을 줄이야. “
”그러게, 이 무슨 장난 같은 운명이란 말이요. “
“우리 동네라고 하기엔 좀 멀다.”
“문경이니까, 우리 동네 맞지. “
“푸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