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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길

by 송알송알


‘안녕하세요?’

사전에서 ‘안녕’을 찾아보니 ‘아무 탈 없이 편안함’과 ‘친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인사로 하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가 생각난다. Hi, Hey, Hello,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등등 웬만한 인사말은 모두 ‘안녕’ 혹은 ‘안녕하세요’로 배웠다. 외국 사람들은 시간에 따라 인사를 왜 다르게 하지, 이상하다 어쩌고 하면서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웃었더랬다.


문지혁 작가의 장편 소설 <초급 한국어>에는 미국 대학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한국인 남자가 나온다. 그는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를 ‘are you in peace?’라고 가르친다. 직역을 하면 ‘당신 평화로운 가요?’쯤 되려나. ‘당신, 편안해요?’로 번역해도 생경하다. 별생각 없이 주고받던 인사말에 이렇게 크고 깊은 의미가 있었나? 그래 맞다. 기억난다. ‘안녕하세요’는 각박하고 안녕하지 못했던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투영된 인사말이었다는 것,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말이라는 것을 누군가 말해줬었다. 너무 안녕해서 깊은 뜻을 잊고 살았다.


2024년 12월 31일. 바람 소리가 거세지만 집안에 있으니 따스하다. 밥도 먹었다. 가끔 멍해지는 것만 빼면 나는 안녕하다. 죄스러운 마음이 일렁거린다. 참으로 잔인한 2024년 12월이다.


안녕하냐고 인사하는 것이 두렵지만 물어봅니다.

모두들 안녕하길 바랍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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