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일기장을 3년째 쓰고 있다.
가끔 아니 자주 놀란다.
2년 전 오늘과
1년 전 오늘과
올해의 오늘이 유사하다.
작년에 얼떨결에 생긴 감 한 자루를 곶감과 홍시를 만들어 먹었다. 올해도 감 한 자루가 굴러 들어왔다. 작년의 심정과 비슷한 … 아니 작년만큼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대롱대롱 매달려 곶감과 홍시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깨우친 덕분이다. 여전히 나는 먹는 것을 즐기지는 않지만 말이다. 작년과 똑같은 오늘을 지내며 안규철 작가의 글이 떠오른다.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스스로에게 갇혀 있어서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꼼짝 않으려고 했다면 우리의 이런 삶은 없었을 것이다. 때가 되면 일제히 피는 꽃들도 없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도 없고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저녁노을도 없었을 것이다. 달과 지구와 태양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그러면서도 각자 자신의 길을 가도록 놓아주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제와 같은 오늘이 있다. 나에게 어제와 같은 오늘을 만드는 존재는 무엇인가.
안규철 작가의 <사물의 뒷모습> 중에서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는 표현을 나도 가끔 썼다. 주로 일상이 지겹고 발전과 변화가 없을 나날이 계속될 때 한숨과 함께 내뱉던 말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지루한 게 아니라 편안하고 감사해야 하는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랬다. 안규철 작가의 글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을 다잡아 본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과 나를 둘러싼 누군가의 변화가 있다면 나에게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었겠구나.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감이 열리지 않았다는 일기를 쓰는 날이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서늘해진다.
“세상에나, 작년하고 일기가 똑같아. 작년 이맘때도 우리는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을 깎았구나!”
“자연과 하늘이 하는 일이니까 그렇지. 곶감은 하늘과 바람이 만들어 줄 거야. 우리가 할 일은 다 했고 이제 기다리면 돼.”
곶감은 하늘과 바람이 만든다지만, 어쩌면 나의 하루도 그렇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나를 감싸며 어제를 닮은 오늘을 선물해 준다.
오늘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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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신 작년 일기를 올립니다. 정말이지 작년과 너무나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