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친해지고 싶은데, 아직은 모르겠다

by 송알송알


“첫째,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존재한 모든 것은 우리에게 일상적이다.

둘째, 출생에서부터 30세 이전에 발명된 것은 놀랍도록 흥분되고 창의적이며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다.

셋째, 30세 이후에 발명된 것은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것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의 종말을 뜻한다. 그것이 약 10년 이상 존재한다면 천천히 친해질 수 있다”


영국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말이라고 들었는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작가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TV, PC, 스마트폰’이 떠올랐다. 첫 만남의 기억이 전혀 없는데 나는 TV와 친하다. 언제나 늘 함께 했던 TV는 지나치게 일상적이어서 멀리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8bit 애플컴퓨터를 우연히 보고 설렘과 흥분을 느꼈었다. 야구 기록과 통계를 컴퓨터로 하면 정말 편하고 좋겠구나 했었다. 덕분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취업을 남들보다는 쉽게 하고 밥벌이도 했으니 애덤스의 말처럼 행운이라 할 만하다.


스마트폰에 대한 나의 첫 감정은 더글러스 애덤스와 비슷했다. 나란히 앉았는데도 얼굴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카톡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해서, 자연 질서에 반하고 문명의 종말인가 했다. 스마트폰이 편리하고 이로운 것은 맞지만 나에게는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랬다. 전화기는 모름지기 통화만 잘 되면 충분한 거 아냐? 통화하기 힘들 때는 문자를 보내면 되고 말이다.


그랬던 나도 지금은 스마트폰 없으면 생활이 힘들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필요해서이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않으면 뭔가를 할 수 없게 강제된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폰은 구입하기도 힘들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말대로 스마트폰과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친이 되었다.



이제 50세가 넘어 인공지능을 만났다. 이제 겨우 간신히 스마트폰과 친해진 것 같은데 얘는 또 뭔가? 산 넘어 산을 만난 기분이다. 50세가 넘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드문 일이거나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아니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인지 애덤스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시골에 사는 50대 후반의 은퇴생활자- 나의 정체성이다. 학생과 현업 종사자들은 무조건 AI를 가까이해야 한다.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나는 AI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통 사방천지에서 AI를 모르면 도태될 것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검색도구로만 단순히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7개월쯤 전에 잠깐 경험한 chatGPT는 유료였음에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행 계획을 AI와 함께 만드는 중이었다. 내가 제시한 지역 이름에 오타가 있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처럼 어찌나 천연덕스럽게 일정을 만들어주는지 나는 그대로 받아들일 뻔했다. 이런 걸 ‘hallucination’이라 한다더라. 인공지능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마치 사실인양 자신 있게 제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참 후에 내가 했던 질문에서 오타를 인지하고 확인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존재하지도 않는 공간을 찾아 나설 뻔했지 뭔가. 내가 쓴 글의 교정과 교열을 맡겨 보았지만 마뜩잖았다. chatGPT의 손길을 거치면 내가 쓴 글 같지 않고 정형화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굳이 밥벌이와 연관도 없는 AI를 활용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세상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를 넘어 AGI, physical AI시대가 곧이란다. AI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왠지 그렇다. 온라인티켓팅에 익숙하지 않아 야구 직관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AI를 모르면 나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AI와 친해지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친구들이 함께 가입하면 아주 저렴하게 구글 제미나이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 있었다. 덕분에 3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일 년 동안 맘껏 사용하게 되었다. 재미나이를 마주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라고 묻는 AI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다.


뭘 해야 하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거지? 아직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