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자연을 걷는일에 대하여

걷는 인간

by 종이벌레

나에게 독서가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삶이 된 것처럼 걷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시간도 그러하다. 태곳적부터 모든 천지의 존재가 늘 스스로 그러하듯이 내가 걷는 인간이라는 사실도 본연의 자연스러움이다.


말랑말랑한 땅을 밟으며 봄의 기운을 듬뿍 머금은 숲으로 들어간다. 모든 감각이 깨어난다. 겨우내 단단하게 굳어있던 감정과 의식들이 봉인 해제된다. 생각의 무소유. 숲을 걷는 인간으로 살아갈 때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편견과 아집이 사라지고 자아의 존재까지도 사라진다. ‘나로 살아있음’과 동시에 ‘나의 관념의 죽음’이라는 아이러니한 시간이 걷는 인간으로 살아가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 또한 순응하는 시간이다.


찬란한 자연의 봄은 오래도록 보아도 권태롭지 않다. 꿈틀거리는 봄의 기운을 닮고 싶고 그곳에서 걷고 싶은 바람은 불필요한 욕망이 아닌 삶의 근본이 되는 욕구이다. 자연을 걷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행위는 내 존재의 근원이며 삶의 종착점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스스로 늘 그러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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