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딩과 시차적응
한국에서 밴쿠버로 돌아올 때 나는 거의 기내식을 스킵한다.
한국에서 한껏 격상된 입맛과
아이돌 스케줄 못지않은 일정 탓에 피로가 중첩되어,
먹는 것보다 자는 편을 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기내에서 제공되는 두 끼 식사와 음료를 꼬박꼬박 받아먹었다. 그리고 두어 번 깨긴 했지만, 비행 내내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우기가 시작된 밴쿠버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거리 곳곳에 물든 단풍빛은 비에 씻겨 더욱 선명하게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빨래를 담당하는 첫째
그린 커리를 만들어 저녁을 차리는 둘째, 엄마 아빠의 부재는 아이들을 야무지게 성숙시키기도 한다는 생각에 성큼 커버린 모습이 대견하다.
커피 한 잔으로 살아난 세포들이 온몸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었다.
여행 가방을 정리하고,
묵은 살림을 들쑤셔 쓸고 닦았다.
강도 높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 온 가족이 좋아하는
묵 한 판을 쑤었다.
이만큼 움직였으면 숙면을 하겠거니 했는데, 웬걸.
첫째 밤을 꼴딱 새우고,
아침 여덟 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거의 저녁 무렵에야 눈을 뜨고 보니,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정이 걱정되었다.
비 개인 동네 한 바퀴를 걸었다.
비로소 밴쿠버의 가을이 가슴에 내려앉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생각을 비우고 멍하니 가을이 주고 간 단풍 속을 걷고 또 걸었다.
또 일 년 여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을 다시 방문하게 되겠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매년 시차적응이라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싶다.
열심히 달려갈
일상 복귀가 이미 코앞에 와 있다.
낙엽이 모두 떨어지고 겨울 우기로 접어든 근래 사진도 몇 장 올립니다.
그동안 '한국방문' 글을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