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장염 증상, 육아 대디의 불편한 감정
월요일(6월 13일)부터 도담(첫째)이의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내는 느낌이 들었는데 오늘(6월 15일, 수요일) 아침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었는데 먹성 좋은 도담이가 아침밥을 못 먹겠다고 했다. 빈속에 유치원에 가면 배가 많이 고플 테니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했다. 도담이는 아빠 이야기에 반응하여 조금 더 먹긴 하였지만 결국 대부분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남겼다. 도담이가 아침 식사를 먹는 모습은 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힘겨워 보였다.
아내도 이런 도담이가 걱정됐지만 출근시간이 임박해 걱정을 뒤로한 채 출근을 했다. 아내가 출근한 지 얼마가 지났을까. 아침 식사 후 물에 흠뻑 젖은 티셔츠처럼 늘어져 거실에 누워 있던 도담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향했다. 순간 느낌이 싸했다. 단순히 배가 아픈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도담이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 나에게 도담이는 이야기했다.
"아빠… 설사가 나와요…"
"도담아 괜찮으니까 일단 설사가 멈추면 아빠한테 이야기해 줘."
"네."
한 번 시작한 설사는 멈출 줄 몰랐다. 한 시간 동안 설사를 반복했다. 최근 들어 장염이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담이의 상태가 장염과 유사해 보여 걱정이 됐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도담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출근할 수는 없었다. 출근을 강행하더라도 유치원에 들어가는 도담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제대로 일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상황을 되짚어 보자. 이미 아내는 출근을 했다. 나도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학교에 지각을 하는 상황이다. 모든 상황은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되었다. 그 소실점은 내가 일을 쉬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교감선생님과 부장님께 전화를 걸어 출근 전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하루 쉬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누군가 아이를 돌봐줄 수 없기 때문에 학교를 쉬는 것인데 마치 출근하기 싫어서 꾀를 부리는 학생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아플 때 옆에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할 때 만약 직장에 가지 않고 일을 쉬어야 한다면 마음이 정말 불편하다. 맞벌이 부부라면 아마도 많이 느껴봤을 감정일 것이다. 자녀가 아플 때 급하게 돌봐줄 누군가가 근처에 없다면 반드시 부부 중 누군가는 회사를 쉬어야 할 테니…
병원 진료를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어 집 인근에 있는 소아과에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 결과 다행히 장염은 아니고 여기서 더욱 증상이 심해지면 장염으로 진행될 수 있는 단계라는 진단을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집에서 쉬며 음식과 약을 잘 챙겨 먹는다면 장염으로 발전하지 않고 나아질 수 있는 상태라며 옆에서 며칠 동안 잘 지켜보라는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진료 후 약국에서 약을 받은 다음 집에서 아침 약을 먹었다. 자극적인 음식은 도담이의 증상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점심과 저녁 식사는 죽으로 준비해 주었다. 도담이는 의사 선생님 말대로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고 약을 먹고 충분히 쉬었다. 도담이의 컨디션은 점차 좋아졌고 오전에 도담이를 괴롭혔던 설사 증상도 멎었다. 저녁이 되자 도담이의 컨디션은 더욱 좋아졌고 다음 날(6월 16일, 목요일)은 완전히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했다. 도담이에게 유치원에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가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며칠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도담이는 완전히 회복한 듯 보였다.
학교에 출근하여 부서에 들어갔는데 어제 들었던 불편한 감정이 아지랑이가 일듯 다시 서서히 떠올랐다. 내가 빠짐으로 인해 누군가 힘이 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죄인이 된 것 같았다. 특히 고3 담임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불편한 감정이 더욱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을 내야지.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위한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불편한 기분을 빨리 떨쳐 버릴 수 있었던 점은 육아를 하고 있는 몇몇 3학년 담임선생님이 나를 위로해 준 것이다. 그분들과 육아를 주제로 미리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위로도 받을 수 있었다.
도담이가 빠르게 회복해서 정말 기뻤다. 그리고 하루 결근했으니 더욱더 열심히 수업하고 담임반 학생들을 도와줘야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오늘도 힘내자! 너는 멋진 체육교사 겸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