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도담이가 아닌 그냥 도담이
맞벌이 부부의 아침 등원 시간은 언제나 바쁘고 정신없다. 특히 출근 시간이 임박했는데 아이들 등원 준비를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을 때, 두 녀석이 잘 따라주지 않고 늑장을 부리거나 "놀고 싶다", "블록 놀이를 하고 싶다"와 같은 말을 하며 투정을 부리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화를 낼 때가 생긴다. 평소에는 '아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상황에 놓이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전혀 다른 말이 나온다. 그런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상황이 발생한 순간은 도담(첫째), 봄봄(둘째)이의 등원 준비가 마무리될 때쯤이었다. 도담이가 양말만 신으면 등원 준비가 끝나고 유치원을 향해 출발하면 되는데 갑자기 도담이가 양말이 불편하다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서 나에게 새로운 양말을 신겨 달라고 한다. 평소에 의젓하게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도담이인데…
학교에 늦지 않게 출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발해야 하는 내가 정해놓은 시간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인데 도담이가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도담이에게 큰 목소리를 내며 다그쳤다. 도담이도 어떤 감정의 변화가 있었기에 돌발 행동을 한 것이었을 텐데, 아빠가 갑작스럽게 화를 내자 안 그래도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도담이는 '으앙~'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양말 해프닝은 결국 새로운 양말로 갈아 신으며 마무리가 됐고 도담이와 봄봄이는 무사히 등원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학교로 출근하는 차 안에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이성을 되찾고 도담이와 겪었던 감정 충돌 상황을 다시 살펴보니 도담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리고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도담이가 첫째 아이이고 의젓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7살 아이다. 도담이가 7살 아이답지 않게 의젓하고 아빠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도담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평소에 봄봄이가 하는 갖은 투정과 짜증은 이해하고 받아주려고 하면서 도담이에게는 높은 기준을 세워 아이를 대하고 봄봄이처럼 도담이의 감정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인가.
답은 하나다. 나는 아직도 초보 아빠다. 나도 모르게 도담이에게 첫째의 의젓한 역할을 부여하고 아이가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 기대를 했다. 도담이는 '첫째 도담이'가 아니라 그냥 '도담이'이다.
앞으로는 첫째 도담이가 아니라 도담이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도담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담이가 하는 행동의 이유를 알기 위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선에서 교육을 해야겠지만. 오늘은 정말 미안해 도담아. 그리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