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각 대장

192일(수업일수) 중 100일을 미인정 지각하던 아이

by 최고의 교사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 후 첫 담임 때 겪은 일이다. 군 장교로 복무한 탓에 철저한 군인정신과 교직에 대한 사명감으로 가득 찬 상태(반면에 학생에 대한 이해도는 굉장히 낮았다.)로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과 마주했다. 첫술에 어찌 배부를 수 있겠는가. 교직 첫해를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이 많다. 실수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나는 2학년 6반 담임을 맡았다. 우리 반에 김◯◯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는 1학년 때부터 미인정 지각을 매일같이 해왔다. 열정과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나는 자연스럽게 그 학생과 상담 시간을 자주 갖게 되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고 싶다는 주제넘은 생각과 열정이 만들어 낸 실패 사례였다.


처음에는 좋게 이야기했다. 어떨 때는 화도 내고 회유하며 지각을 하지 않아야 하는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소귀에 경 읽기였다. 오히려 계속되는 잔소리와 훈계에 그 학생은 마음의 문에 아주 큰 자물쇠를 채웠다. 나와 학생의 연결고리였던 래포(rapport)가 끊어져 가고 있었다.


나의 과한 열정과 책임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2016학년도, 즉 그 학생이 3학년이 되고 나서였다. 나는 2016학년도에도 2학년 담임교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과한 열정과 책임감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학생과 이야기하면서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학생은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3학년이 되고 지금까지 지각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성실히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도 성실한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때 나는 깨달았다. 학생은 스스로 변할 수 있다. 물리적 압력이나 체벌을 가하여 빠르게 변화시키지 않더라도 말이다. 학생에게 옳은 길을 안내하고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누군가를 한없이 지켜보고 있는 일이 힘들겠지만, 그 역할을 교사가 해야만 한다. 그게 교사의 존재 이유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미성년일 뿐 우리와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들의 삶은 그들이 꾸려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