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1등은 어떻게 됐을까??
2017학년도에는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신청했다. 2015학년도부터 2년 연속 2학년 담임을 맡아서 다른 학년의 학사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배우고 싶었다. 나는 남학생 학급인 3반을 맡았다. 1~5반은 남학생 학급이고 6~10반은 여학생 학급이었는데, 남학생 학급을 맡는 담임은 쉽지 않은 1년을 보낼 때가 많았다.
우리 3반은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많아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거칠고 시끄러운 아이들 속에서 눈빛이 반짝이는 학생이 한 명 있었다. 굉장히 예의가 바르고, 학습 의욕이 뛰어났으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었다. 이름은 최OO이다. 첫 만남에서부터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학생과 상담을 진행하고 학교생활을 지켜보면서 나의 생각은 확고해졌다.
최OO은 자신의 진로에 대한 목표가 굉장히 뚜렷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두 가지 진로가 있었다. 첫째는 육사 입학이고 두 번째는 체육교사였다.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방과 후에 달리기와 팔 굽혀 펴기, 턱걸이를 자기 주도적으로 연습할 정도였다. 종종 자신의 운동 수행 결과를 담임인 나에게 물어보며 계획을 수정하고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와 래포(rapport) 형성도 매우 좋고 학급 회장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1학년을 마무리했다. 2학년으로 진급한 후에도 최선을 다해 주위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3학년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3학년 수시를 앞둔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 교사추천서를 부탁했다. 본인이 문과 전교 1등인 상황이라 서울대 지역균형 수시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체육교육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3학년이 되는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때론 멀리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했다. 나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오히려 내가 수험생이 되어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추천서를 작성했다. 무사히 수시 원서를 접수했고 결과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졸업을 앞두고 합격자 발표가 나온 날. 결과는… 정말 아쉽게도 불합격…. 학생은 정말 아쉬워했다. 나 또한 함께 합격을 기원했기에 속상했다. 정말 아끼던 제자였고 합격을 기원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 학생은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하지는 못했지만,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며 졸업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성실하게 대학 생활을 하겠거니'하며 나는 새로 옮긴 학교에서 적응 중이었다.
2020년 겨울. 나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쌤 저 육사 합격했어요. 다음에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OO아 축하한다.” 내가 건넨 첫마디였다. 그리고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했다. 교직생활을 하며 정말 짜릿한 느낌을 얻은 순간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정말 배울 점이 많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이지만 오히려 학생을 통해 성장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을 입학하고 반수를 하며 공부를 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대학생 친구들은 새로 접하는 환경을 즐기며 적응하고 있을 텐데, 나의 제자는 그 즐거움을 잠시 뒤로한 채 목표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갔을 테니까. 하지만 그 힘든 과정을 꿋꿋이 버텨내고 결국에는 이뤄냈다.
이 학생과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매우 힘든 상황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아주 천천히, 그리고 묵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