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똘똘 뭉친 무식함. 부끄럽다.
ROTC로 군 전역 후 몸에 남아있던 군인정신.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체육교사는 정말 위험하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이 분을 만나기 전까지 내가 맡았던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왜 미안했는지. 그리고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의 성장기 및 뼈아픈 실수담에 대한 이야기이다.
장교로 군 복무를 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군인정신이 배어 있었다.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엄격하며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혼을 내는(여기는 혼을 내는 건 화를 내는 쪽에 더 가까웠다.) 열정적인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하는 사소한 실수뿐만 아니라 중대한 잘못까지도 크게 화를 냈고 학생들을 다그쳤다. 머릿속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혼을 내야 한다. 혼내면 나 역시 기분이 좋지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꼭 해야만 한다.”라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
교직 8년 차인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발상이었다. 학생들을 위해서 화를 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열정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화를 내는 나의 행동에 대한 명분이었을 것이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학생들은 바뀌지 않았다. 학생들은 화를 내는 나를 피하고, 그들과의 래포 형성은 멀어져 갔다. 나의 열정(?)이 담긴 말은 그들에게 잔소리였을 뿐이다. 하지만 초임 교사였던 나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똑같은 행동만 반복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갯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나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학교생활을 하던 중 한 선생님을 알게 됐다. 그분 덕분에 나의 잘못된 행동을 깨달을 수 있었고 보다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퇴직을 몇 년 앞둔 선생님임에도 주어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교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자 학교 운영위원 중 교원위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선생님의 의견을 학교에 전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도맡았다. 뿐만 아니라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그들을 마음을 이해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선생님을 많이 따랐고, 그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선생님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가장 멋진 모습은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였다. 학생이 선생님께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고 이성적인 태도를 보였다. 즉, 감정적으로 학생을 대하지 않고 잘못한 점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이 정도는 당연한 일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놀란 점은 사건 이후 선생님의 대응 방식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학생이 선생님한테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 선생님이 먼저 학생에게 다가가 그의 심경을 물어보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분은 내가 알던 상식을 깨트렸다.
학생이 선생님께 무례한 행동을 할 경우 그 자리에서 화를 내지 않고 이성적으로 상황에 대처했다. 시간이 지난 후에 학생의 감정이 진정되고 나면, 반드시 학생에게 직접 전화를 하거나 먼저 대화를 시도했다. 그 당시에 어떤 감정이 들어서 그와 같은 행동을 했는지, 현재 기분이 어떤지, 어떤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자칫 커질 수 있는 교사, 학생 간의 충돌을 누가 봐도 교육적으로 해결했다. 권위에 의한 교육이 아닌 진짜 교육으로 해결했다.
나는 그분으로부터 학생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가 있었고, 차츰 학생을 이성적으로 대하는 방법을 익혀 나갔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학생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며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노력 중이다.
화를 내거나 권위에서 우러나오는 고압적인 태도는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에 누구나 선택하고 싶은 욕망에 빠진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하면 그들은 교사 앞에서 수긍하는 척 하지만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많다. 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학생의 반항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화를 내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예의 없게 행동하는 학생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그 학생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이 된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을 화를 내는 비이성적인 어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겨루기를 했던 학생은 스스로를 승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이 이성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학생들은 선생님을 교사로서 신뢰하게 된다. 결국 교사가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예의 없는 언행을 하거나 교사에게 적대감을 지닌 학생을 대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그 학생과 래포를 형성하고 신뢰 관계가 쌓이기 전까지는 언제나 차갑게 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그들과 소통하며 보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