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첫 발령 학교에서 담임을 꾸준히 했다. 15, 16학년도에 2학년을 맡았고 17학년도에는 1학년을 맡았다. 3학년 담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18학년도에는 3학년 담임을 지원했고 나의 첫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생활이 시작됐다. 이 시기에 나는 은인을 한 분 만났다. 단순히 동료이자 선배교사로서의 선생님이 아닌, 스승으로서의 선생님이다.
그분은 나와 함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했다. 타 학교에서 전입 오자마자 고등학교 3학년 담임(요즘은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진학지도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입 오자마자 고3 담임을 맡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을 맡으셨다. 처음 뵀기 때문에 어색했지만 매주 있는 담임 회의 시간을 통해 점차 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시간이 있냐고 물어봤고, 우리는 학교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 이 학교로 전입 오고 3학년 담임을 하며 나를 지켜본 결과 멋진 후배라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싶어서 나를 불렀다고 이야기했다. 나를 좋게 봐주고 선배로서 조언까지 해준다고 하니 정말 감사했다.
첫 이야기는 평교사로 은퇴하는 이야기다. 승진하지 않고 학생들과 호흡하고 그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는 일은 굉장히 소중하고 축복받은 일이다. 학생의 성장을 최전선에서 돕는 사람이 교사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떤 길을 걸을지 모르겠지만, 교사로서 일하는 점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학생을 지도해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는 승진 및 전문직 시험 이야기다. 내가 아직 젊으니 승진이나 전문직 시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다. 관리자가 되면 보다 넓은 시야로 학교를 바라보게 된다.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바꿀 수 있고, 학교 구성원 모두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전문직으로 전직하여 장학사가 되면 교육 정책이나 학교 행정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보는 관점을 뛰어넘어 교육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승진이나 전문직으로의 전직에 대해 닫힌 마음을 갖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했다.
세 번째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전통 있는 학교에서 근무해보라는 이야기다. 여기서 전통 있는 학교라는 의미는 설립된 기간이 길고 학교의 체계(system)가 견고한 학교다. 예를 들면 용산고, 경기고와 같은 학교가 있다. 학교 구성원 모두 배움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학교 체계가 확립되어 있어서 누구나 선호하는 학교이다. 이와 같은 학교에는 능력이 출중한 선생님이 많은데, 5년 동안 근무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우다 보면 나의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학교의 체계가 정돈되어 있어 학교의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네 번째는 그분께서 학교를 발전시키기 위해 생각한 아이디어를 원고로 남기고 실행해 본 이야기다. 평소 학급 운영이나 학교 시스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시는 분이었다. 더 나은 학교, 학급 운영을 위해 고민을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원고로 정리를 했다. 아이디어에 대해 교장, 교감선생님과 의논하고 정말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면 실행에 옮겼다. 선생님의 노력 덕분에 학교는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됐고, 선생님의 노력을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통해 학교는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본인의 교직 경력 노하우가 담겨 있는 원고를 작성하여 보관하고 필요로 하는 후배에게 기꺼이 나눠주었다.
내가 교사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시간을 내어 기꺼이 조언을 해주고, 선생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한 원고를 나에게 주었다. 원고를 꼼꼼하게 읽고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항상 ‘평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오래오래 생활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원고를 읽은 후,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일도 뿌듯하고 보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이 확대되는 변곡점이었다.
학교에서는 나의 부족한 점을 배울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배울 점이 많고 생각이 깊은 학생도 있고, 수업 진행이나 학생·동료 교사와의 관계 유지, 그리고 교육철학면에서 배울 수 있는 선·후배 교사도 있다. 그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교사로서 인성과 실력을 키우며 오랫동안 학교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