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첫 학교를 떠나며...

3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함께한 1학년 3반. 그리고 새봄이(가명).

by 최고의 교사

2017년. 1학년 3반 담임을 하며 다양한 사건 사고를 겪었다. 학생들과 호흡이 잘 맞았지만 너무나 활기찬 학급 분위기로 인해 가끔 버거울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많았던 1년이다. 길지 않은 교직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시기 중 하나다.


2017년 3월. 우리 학급에 전학생이 왔다. 그 학생은 친구 문제로 인해 전학을 결정했고, 집에서 먼 학교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우리 학교로 전학을 결정했다. 그런데 등·하교에 2시간이나 걸리다 보니 종종 학교 다니는 일이 정말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새봄이(가명)는 첫 만남부터 나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화를 시도하거나 학급 일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마다 거부하며 피했다. 학생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학급 구성원이 학교에 적응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이 바로 교사이므로 나는 적극적으로 새봄이에게 다가갔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6월이 됐다. 여름에 가까워져 습하고 더운 날씨로 인해 야외 체육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예민해져 있었다. 나 또한 습한 환경으로 인해 지친 상태였다. 평소처럼 플라잉 디스크 경기 연습을 진행하고 있을 때 일이 터졌다. 양 팀의 점수는 동점 상황. 경기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 팀은 승리를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치열한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수 간 불필요한 접촉이 발생했다. 나는 심판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접촉 상황에 대해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내 판정에 불만을 품은 새봄이는 화를 내며 예의 없는 태도로 항의했다. 누구나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새봄이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본인의 불만을 표현했다.


새봄이의 태도를 보자 나 역시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선생님 이전에 사람이고, 뜨거운 태양 아래 수업을 몇 시간 째 지속하고 있으니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학생에게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지 않고 이성적(물론 참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봄이가 화를 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점이 가장 속상했는지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했다. 반대로 새봄이의 행동으로 인해 나의 감정이 어땠는지, 새봄이의 행동 중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공감하니 그 또한 나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었다. 이 사건 이후, 새봄이와 조금씩 가까워졌고 나를 거부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 화난 나의 감정 상태를 곧바로 표출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처했던 점이 새봄이의 마음을 크게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이 이야기는 학생과 래포가 충분히 형성되고 개인 상담을 하는 도중에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새봄이는 학교에 적응하고 나와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흘러 여름 방학을 앞둔 7월. 새봄이는 나에게 찾아와 상담을 신청했고 자퇴 이야기를 꺼냈다. 새봄이의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못난 담임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 좋았다. 새봄이가 먼 곳까지 전학 온 이유는 새 출발이었는데, 우리 학교로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었던 친구들과 완전히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아 새 출발이 어려웠다. 그 결과 자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상담 이후 새봄이 및 그의 어머님과 대면상담 및 휴대전화를 통한 상담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새봄이의 어머니는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졸업을 무사히 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 또한 새봄이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도피하려고 자퇴를 선택한 것처럼 보여 설득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새봄이는 자퇴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새봄이와 나는 길고 긴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새봄이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의 상담은 굉장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었다. 누군가의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사람이 풍기는 부정적인 감정이 나에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담자가 표현하는 언어적, 비언어적 요소와 감정까지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상황은 새봄이와 어머니 간의 의견 차이 때문에 발생했다. 교사로서 학생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다. 새봄이의 자퇴가 새로운 시작으로 느껴지기보다는 현실도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그 학생이 자퇴를 마음먹고 상담을 했을 때 자신의 진로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교를 포기한다고 했으면 나 또한 그 학생의 뜻을 지지하고 학생 편에서 어머니를 설득했을 것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의무감, 사회적 인식 때문에 시간을 보내는 일 보다,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봄이는 달랐다. 목표를 위한 포기라기보다는 현실을 피하기 위한 포기였다. 그래서 나는 학생을 설득하는 쪽에 더욱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학생과 지속적인 상담을 하며 현재 학생이 느끼고 있는 어려움과 속상함. 그리고 학교 부적응 상황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내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학생이 말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들었다. 한편으로는 학생에게 “조금만 더 버텨보자. 살면서 누구나 다 어려운 시기를 겪는다. 그리고 모든 어려운 시기는 지나간다. 개인이 겪는 어려움은 터널과 같아서 터널 초입에 들어가면서 겪는 어두움은 언젠가는 밝음으로 바뀐다. 고진감래라는 사자성어도 있지 않느냐.”라며 꾸준히 이야기했다.


처음 자퇴를 이야기했을 때는 내일 당장이라도 자퇴하려는 학생처럼 굉장한 의지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의지가 희미해지는 모습이 관찰됐다. 상담을 할 때나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걸면 대답은 “자퇴할 거예요. 자퇴하고 싶어요. 선생님.”이라고 답변은 했지만 새봄이가 자퇴를 하지 않겠다는 느낌이 나에게로 전해졌다. 아마도 이 시점 이후로 새봄이의 자퇴 의지가 조금씩 줄어들었나 보다. 학교를 다녀보고자 하는 의지의 새싹이 새봄이 몸 깊숙한 곳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 운동장에 흐드러지게 핀 단풍잎이 지고 앙상한 가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던 겨울. 2017년 11월 어느 날. 점심시간에 식사를 끝내고 복도에서 마주친 새봄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먼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벌써 1학년이 끝나가고 있어요. 이제 곧 2학년으로 진급합니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졸업까지 버텨보려고 합니다. 굉장히 힘든 시기였는데, 선생님 말씀처럼 밝은 시기가 찾아왔어요. 지금이 바로 그 시기예요. 처음에는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적응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어느덧 친구도 많이 생기고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친구들에게로 뛰어갔다.


그 후, 2·3학년 동안에는 담임으로도 교과교사로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복도나 체육관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럼. 그 학생은 어떻게 됐을까? 당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무사히 마치고 졸업을 했다.


우리가 1학년 3반으로 만났던 시기가 2017학년도였고 그들이 졸업하는 시기는 2019학년도였다. 1학년 때 만나서 3년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보냈던 학년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들의 졸업식인 2019년 2월에 2017년도 1학년 3반 친구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냈다. '우리 졸업식 끝나고 12시에 운동장에서 만나 단체 사진 한번 찍자! 2017학년도 1학년 3반 담임 OOO.' 우리 1학년 3반은 처음과 끝을 함께 했다. 그들이 떠나면서 5년 동안 정들며 지내온 OO고등학교를 떠나 OO고등학교로 이동했다.


1학년 3반 친구들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앞으로도 다시 만나기 힘든 반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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