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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나는 신규 임용 교사로 서울 은평구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곳에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배드민턴 수업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배드민턴을 학교의 대표 스포츠 종목으로 만들려는 체육부장 선생님의 의지 때문이었다. 이런 학교의 특성으로 인해 첫 발령 학교의 학생들은 배드민턴을 매우 잘 쳤다.
학생들이 기다리는 점심시간. 체육관은 학생들로 바글바글 했다. 대부분이 배드민턴을 쳤는데, 점심시간에 배드민턴 코트를 선점하지 못한 학생들은 쉬는 시간 10분을 활용해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학생도 많았다.
쉬는 시간 종 치기 1분 전. 그들은 라켓을 움켜쥔다. 달릴 준비를 하며 시계를 본다. 종 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온다. 3, 2, 1, 땡!!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그들은 체육관으로 달린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배드민턴 코트를 다른 친구들에게 빼앗기기 때문이다. 가끔 쉬는 시간에 배드민턴 라켓을 들고 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경주마가 생각날 정도였다.
나는 체육교사가 되기 전까지 배드민턴을 제대로(?) 쳐 본 적이 없다. 친구들과 약수터 배드민턴만 해봤다. 그런 내가 배드민턴 수업을 위주로 하는 학교로 발령을 받았으니,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나에게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배드민턴에 대해 아는 내용이 없으니 수업이 진행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배드민턴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배우고, 이를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는 일뿐이었다. 설명이 끝나면 배드민턴 경기 위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부끄럽다… 배움이 없는 수업을 1년 동안이나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1년을 보내니 나 자신이 정말 한심했다. 체육교사라는 사람이 운동을 못해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경기만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2학기 수업이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곧바로 집 근처에 있는 배드민턴 클럽을 알아봤다. 다행히 집 주변에 새벽에 운동하는 배드민턴 클럽이 있었고 가입하여 레슨을 받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5시 30분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레슨은 오전 6시에 이루어졌다. 나는 일주일에 3번씩(화, 목, 토) 레슨을 받고 월, 수, 금은 회원들과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배드민턴을 쳤다. 운동이 끝나면 곧바로 출근하여 학교에서 샤워하고 그날의 일과를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몸이 많이 힘들었다.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출근해서 하루의 일과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아침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가 됐다. 적응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나타난 중요한 변화 하나는 배드민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배드민턴 지식과 실력이 늘어나자 수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배드민턴을 잘 치는 학생과 단식경기를 해도 지지 않으니 학생들도 나의 말에 더욱 집중했다. 나의 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1년 동안 배드민턴을 배우고 실력을 키우다, 1년을 채우고 배드민턴 레슨을 중단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대단했던 시기였다. 1년 동안 새벽 운동과 학교 근무를 모두 소화해 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체육교사로서 일하고 학생들에게 멋진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연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체육교사는 모든 종목을 잘할 수 없다. 하지만 잘하기 위해 노력은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학생들은 귀신 같이 꿰뚫어 본다. 나는 학생들에게 정말 멋진 체육교사로서 다가가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배우고 연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