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의 즐거움을 전파하자

졸업 후, 학생들이 스스로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by 최고의 교사

'움직임의 즐거움을 전파하자.' 내가 체육교사로서 근무하며 세운 교육철학이다. 이는 얼마 안 되는 짧은 교육경력을 쌓으며 구축해 온 나의 체육수업 방향성과도 관련이 있다. 학생들에게 움직임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지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실시하는 체육수업 때문에 반강제(?) 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내적인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주고 싶다.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첫 발령받은 후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교직 생활에 적응하는데 모든 초점을 맞추어 생활했다. 학생들에게 체육교과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함께 뛰며 땀 흘리고, 함께 웃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데 내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활동보다는 학생들과 어울리는 일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아이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가 거듭 될수록 마음속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생겼다.


처음에는 이 허전함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학생들과 잘 지내고 있었는데 왜 그런 감정이 불쑥 찾아왔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그저 넋 놓고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 결과 허전함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불확실한 감정은 가르침의 부재(不在)였다. 내 수업을 찬찬히 뜯어보면 즐거움은 있지만 배움은 없었다.


나는 분명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며 학생들에게 체육을 가르치고 있지만, 아이들은 배움이 없었다고 생각하니 갑작스럽게 혼란이 찾아왔다. '그럼 나는 그동안 무슨 일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며 그동안 학생들 앞에 서서 행동했던 나의 모습이 매우 부끄럽게 느껴졌다. 체육교사로서 자신만의 교육철학 없이 수업을 진행하니 가르침이 존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있는 지식이나 운동에 대한 지식을 전달했으니 배운 내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지식 전달 그 자체뿐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체육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비로소 체육교사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정말 처절할 정도로 고민했다. 너무 고민을 많이 한 나머지 두통이 찾아올 정도로.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고민했고, 출·퇴근하면서도 고민했다. 다른 일에 몰두할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체육교사로서 학교에 존재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움직임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일이 아닐까?' 체육교사는 학생들에게 체육이라는 교과지식의 정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게다가 움직임 활동이 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움직였을 때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움직임과 즐거운 감정이 결합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임 활동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속해 있을 때는 체육수업이라는 반강제(?) 성을 띈 환경에서 움직임 활동에 참여 하지만, 학생 개개인이 움직임의 즐거움을 인지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 타의에 의한 움직임이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스스로 좋아하는 움직임 활동을 찾아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우리가 좋아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체육이라는 존재는 생명력을 갖고 대를 이어 나갈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이 들자 온몸에 전율이 생겼다. 그리고 나의 교육철학을 체육교사로서 좌우명으로 정하고 학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교육철학이 존재하니 수업을 준비할 때 조금 더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움직임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진지한 고민은 수업의 질에 좋은 영향을 끼쳤고, 수업이 점차 좋아지자 학생들도 나를 ‘열심히 하는 체육 선생님’, ‘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선생님’, ‘정말로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등 좋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선순환이 이루어져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교육철학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교사는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했을 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자신의 교육철학으로 정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면 된다. 교육철학은 교사로서의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시간이 지나 교육경력을 더 쌓으면 지금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이 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먼 훗날 교육철학이 변하게 된다면, 지금 보다 더 성장한 시점에서 보완·발전된 교육철학이 틀림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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