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의 일기 '체육수업 일지'
나는 기록이라는 행위를 좋아한다. 그 결과 노트, 펜, 만년필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새하얀 백지에 내가 경험했던 일이나 생각을 끄적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정리될 때가 많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인지 몰라고 학교에서 경험했던 일을 소재로 하여 2017년도부터 체육수업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2015년에 체육교사로 교직에 첫 발을 내디뎠으니 3년 차가 된 이후부터 계속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일기처럼 매일 작성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중요한 경험을 하거나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혹은 실패담과 개선 방법에 대한 생각 등 학교생활을 하며 겪는 다양한 일상을 기록한다. 경험을 기록해 놓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글로 남겨 두면 두고두고 볼 수 있고, 내가 지금 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다.
나는 기록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좋아한다. 기록과 아날로그가 더해져 수업 일지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했을 때는 노트에 기록했다. 종이에 기록을 하다 보니 내가 작성했던 글 중에서 원하는 내용을 찾을 때 시간이 걸리는 단점을 발견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컴퓨터용 노트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실내, 외 어디든지 편안하게 글을 작성하기 위해 태블릿 PC도 활용하여 기록 중이다.
학교에서 일하며 틈틈이 했던 전공 공부 덕분에 체육수업 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전공 공부를 할 때 보던 책 내용 중에 체육수업 일지 작성에 대한 부분을 읽고 체육교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굉장히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에는(물론, 지금도 체육교사로서 더욱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체육교사로서 성장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을 때라 즉시 체육수업 일지 작성을 시작했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써왔던 경험이 체육수업 일지를 작성하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주었을지도 모른다.
체육수업 일지를 작성하기로 마음먹는데 까지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책상에 앉아 노트를 펴고 펜을 들자 무엇을 어떻게 써내려 가야 할지 막막했다. 일기를 꽤 오랜 시간 써 왔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고민을 하다가 최근에 했던 체육수업 중에서 떠오르는 상황에 대해 평소 일기를 쓰듯이 글을 써내려 갔다. 체육수업 일지 작성 초기에는 내용이 그리 길지 않았다. 체육수업을 하며 겪었던 일들에 대해 부담 없이 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체육수업 일지의 기록량이 늘어날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감이 생기고 글의 주제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담임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에게 실수한 내용,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 체육수업 중 계획을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사례, 내년도 체육 수업 아이디어, 더 나은 수업을 위한 수업 방법 등 이곳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주제가 생겼다. 지금은 체육수업 일지를 작성하는 일이 두렵고 어렵지 않다. 오히려 재미있다. 체육수업일지를 작성한다는 말을 바꿔 말하면 더 나은 체육수업 및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체육수업일지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의 학교 일과와 담임교사로 일하며 겪은 일, 하루 동안 진행했던 체육수업에 대해 반성적 사고를 해야 한다. 어떻게 하루를 보냈으며 담임반 학생들과의 관계는 좋았는지, 체육수업을 마음에 들게 잘 진행했는지. 이에 대한 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나에게 집중하며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반성적 사고를 하면 내가 무엇을 잘했는지, 혹은 어떤 실수를 했는지 돌아볼 수 있다. 잘한 점에 대해 생각하면 체육교사로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향상된다. 학생들에게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증가하니 이는 곧 좋은 체육수업이라는 결과 물을 만들어 낸다. 아주 좋은 선순환이 생기게 된다. 반면에 실수한 점에 대해 생각하면 매우 속상하긴 하겠지만, 나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인지하게 되고 그 결과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또한 더 좋은 체육교사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체육수업 일지. 단어로만 보면 매우 거창하고 힘든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체육교사로서 계속 성장하길 바란다면 나는 체육수업 일지를 작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마 많은 선생님이 체육수업 일지라는 거창한 단어 때문에 선뜻 시작을 못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정말 단순하게 하루 동안 학교에서 겪었던 일기를 쓴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시작해서 수업 일지의 내용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자신만의 서사가 노트에 펼쳐질 것이고, 어떤 소재를 다룰 것인지에 대한 감이 생기면서 자발적으로 수업일지를 작성하며 성장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체육수업 일지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일단 시작하자. 그럼 계속해서 성장하는 체육교사라는 아주 값진 선물이 여러분께 주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