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함과 유연함

유연하면서 단호한 태도.

by 최고의 교사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유연함이 필요하다. 가르치는 대상이 성인이 아닌 미성년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굉장히 엄격하고 딱딱한 기준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면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가 힘들다. 학생들은 딱딱하고 권위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을 굳게 닫고 도무지 열려고 노력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학생을 대할 때는 유연하고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의 초임교사 시절, 첫 발령 학교에서의 생활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얼굴이 붉어진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나는 딱딱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로서 학생들과 만날 때도 유연한 사고와 대처보다는 명백한 기준에 의한 엄격함을 보였다. 도무지 말이 통할 것처럼 느껴지지 않자 아이들은 어느새 나와 슬쩍슬쩍 거리두기를 실시했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훨씬 전부터 비자발적 거리두기(?)를 아이들에게 실천해 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신규 교사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나를 어려워하고 거리를 두려고 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학생들을 엄격하게 대하고 인격적으로 완벽한(완벽한 인간은 당연히 말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교사로서 모범이 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학생들이 나의 모습을 통해 은연중에 배우길 바랬다. 그 결과 나의 행동에 어떤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학생과 래포(rapport)를 쌓고 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나의 행동과 언어에 모든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학생들이 나를 어려워하고 은근슬쩍 거리두기 하는 행동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처음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을 바꾸지 않은 채 1년을 마무리했다. 새 학년도를 준비하기 위해 겨울방학기간 동안 지나온 1년의 교육활동과 담임으로서의 역할을 반추해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학생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면 교사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더 좋을까?” 이와 같은 생각을 하다 보니 나의 엄격한 태도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나는 완벽한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내려놓고 유연함을 택했다. 그리고 나의 학교 생활은 변하기 시작했다.


단호함은 남겨둔 채 엄격하고 딱딱한 모습은 버렸다. 학생들에게 온화하게 행동하고 소소하게 실수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와 더불어 아주 가끔 잘하지 못하는 유머도 사용하자 학생들도 나를 많이 어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대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이 보다 쉬워졌다. 학생과 관계가 쌓이고 래포가 형성되자 좋은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담을 할 때에도 나에게 학생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했다.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그들은 나의 말을 존중하고 잘 따라 주었다.


관계 형성이 밑바탕이 되자 생활지도 또한 굉장히 수월했다. 고등학생이라 대부분의 학생들과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어려운 점이 없었지만 간혹, 선생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 때가 있었다. 처음에 그들은 나를 거부했다. 상담을 할 때 경계심을 보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상담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 아이들은 선생님이 받을 마음의 상처나 기분, 감정 상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학생과 관계가 형성된 이후에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나에게 먼저 와서 친근하게 말을 하기도 하며, 상담을 할 때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논했다. 각종 생활지도 문제로 벌점을 받을 일이 생길 경우에는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왔던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를 깨트리고 싶지 않아 스스로 조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정말 놀라운 변화였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만의 태도를 만들 수 있었다. 학생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교사로서 학생들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온화함(유연함) 속의 단호함이 필요하다.'


고등학생을 외적인 모습으로만 보면 성인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학생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다. 아직 성장이 더 필요한 존재다. 따라서 학생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유연함이 필요하다. 학생이 하는 실수에 '그래. 그럴 수 있지'라며 여유 있게 기다려 줄 수 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다만, 그 실수가 단순 실수가 아닌 규칙 위반이나 생활지도 측면의 문제라면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이때의 단호함은 화를 내며 학생을 훈계하는 행동이 아니라 학생을 이성적으로 대하며 교사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는 단호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학생은 다 안다. 교사가 평소에는 유연하고 온화한 태도로 학생을 대하다가도 기준이 필요한 중요한 상황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 선생님은 쉬운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생각하면서도 선생님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같은 관계가 형성되면 그 이후부터는 학생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장난치다가도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정말 멋진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이다.


나만의 태도를 깨닫고 적용한 이후부터는 학교생활이 더욱더 재미있어졌다. 아마 학생들과 소통이 잘 되다 보니 수업뿐만 아니라 담임교사로서 역할을 수행할 때에도 크게 어려움이 없다고 느껴져서 일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의 특성이 변하면 지금 내가 학생들에게 하는 태도를 또 변화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다른 특성을 지닌 학생 세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의욕이 충만하니까. 오히려 기대된다. 그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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