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야기.

기다림 vs 처벌(환경 바꾸기)

by 최고의 교사

2021년 1학년 학급 담임을 하며 맡았던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사랑이(개인정보 노출 우려로 인해 '사랑이'라고 표현함.)이다. 나는 첫 만남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득 안고 교실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조용하게 담임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아마 그들도 어떤 담임선생님이 들어올지 기대하고 있었겠지? 나는 빠르게 모든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친구가 앉아 있다. 키도 크고 평소에 운동을 하는지 근육질의 큰 몸을 가지고 있다. 궁금한 점이 생겨 말을 걸어도 대답이 시원치 않고 눈은 초점을 잃은 것처럼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교직 경력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랑이와 같은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생겼다. 운동과 관련된 주제로 대화를 시도하면 십중팔구 본인이 하는 운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사랑이에게 말을 다시 한번 걸었다.


"몸이 다부져 보이는데, 혹시 운동하니?"

"네"

"무슨 운동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등교하고 있어요. 그리고 방과 후에도 시간이 생기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너 진짜 대단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매우 힘들 텐데 대단해!"

"아니에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저절로 아침에 눈이 떠지던데요?"


사랑이에게 한걸음 다가가기 성공! "1년 동안 잘 지내보자!"라고 이야기하며 헤어졌다. 첫 만남 이후 사랑이는 학교를 성실히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덧 찾아온 4월. 사랑이 내부에 심어진 문제의 씨앗이 싹이 텄다. 4월 초 사랑이가 나에게 찾아와 상담 신청을 했다. 나는 교무실 한편으로 사랑이를 데리고 가 사랑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 저 자퇴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허락해주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나오는 일이 너무 힘들고 싫습니다. 교실에 있으면 숨이 막히고 답답합니다."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출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미인정 지각으로 인한 벌점이 누적되어 징계 대상자가 되었다. 첫 번째 징계인 '교내봉사'를 받으니 학교에 대한 부적응이 더욱 심해졌고 미인정 지각은 계속 누적되었다.


나는 생각이 날 때마다 아이에게 현재의 벌점 상태를 말해주고 사랑이가 더 이상 벌점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틈틈이 사랑이가 졸업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사랑이는 반응하지 않았다. 쌓인 벌점이 누적되어 어느덧 사회봉사 징계를 눈앞에 둔 상태가 되었다. 앞으로 1~2번의 미인정 지각이 발생할 경우 1학년 때 사회봉사까지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랑아.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 네가 분명히 학교에 잘 적응할 거라 난 믿는다." 사랑이를 불러다가 상담을 시작했다. 현재 상황의 심각성과 담임교사로서 사랑이를 믿고 있다는 점, 졸업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방과 후에 오랫동안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상담이 끝나고 아이를 보내면서 마지막까지 믿는다는 말을 했다.


퇴근하는 차 안에서 생각했다. "효과가 있었을까? 사랑이가 내 말에 조금은 귀 기울였을까? 변하고자 조금의 노력을 보일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다음날. 사랑이는 지각을 하지 않았다. 사랑이가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했다. "선생님. 한 번에 바뀌긴 힘들겠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선생님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 이후에는 아이가 변하고자 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아침 등교 지각 체크를 하는 타종이 울릴 때쯤 등교하여 조마조마한 적이 많았지만 그래도 지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는 그렇게 더 이상 징계를 받지 않고 2학년으로 무사히 진급할 수 있었다. 사랑이가 마음을 먹고 학교에 적응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2022년. 3월. 사랑이가 2학년이 되었다. 2학년이 되고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작년에 학교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던 학생 그룹이 담합(?)을 통해 선택과목을 동일하게 맞추었는데, 2학년이 되자 같은 학급에 모두 모이게 된 것이다. 사랑이 또한 그 학급에 배정됐다. 사랑이가 1학년 때는 그 친구들과 같은 반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리 지어 다니는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2학년으로 진급하고 사랑이와 그 친구들이 한 학급에 모이자 무리 지어 활동하는 세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사고를 치는 수준도 날로 심각해졌다.


사랑이는 그 무리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고를 쳤으며 2학년 1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등교정지 징계까지 받게 되었다. 작년과는 너무나 다른 사랑이의 모습을 지켜보니 마음이 정말 아팠다.


이 시기에 생각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내가 가진 교육철학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2학기 현재 사랑이는 한번 더 징계를 받으면 퇴학 처분을 받기 때문에 쥐 죽은 듯 조용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앞으로 어떤 관점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교육은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생들에게 하는 교육적 행위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보이지 않고 대부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나기 때문에 교사는 어떤 학생이든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것이 나의 교육활동에 대한 나침반이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내 교육철학의 기저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나는 선택해야 한다. 기다릴 것인지 처벌할 것인지. 다시 말해서 내가 쏟아부었던 교육의 결과가 나오기에는 이른 시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사랑이를 더욱 기다려 줄 것인지, 아니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학생이 있다면 강력한 처벌을 통해 그 학생의 환경을 변화시켜줘야 하는지.


정말 어려운 고민이고 정답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만의 교육철학을 결론짓는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한층 더 성장한 교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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