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맛 알지? 맛있는 음식이야기: 두바이쫀득쿠키
“나, 이거 사 왔어. 짜잔!”
친정엄마의 생신날, 식사가 끝나고 카페로 옮겨 커피를 기다릴 때였다. 동생이 보물이라도 되는 듯 종이가방에서 상자들을 조심스레 꺼내 탁자 위에 펼쳐놓았다. 김천의 한 유명 베이커리에서 운 좋게 줄 서지 않고 득템 했다는 전설의 간식, 바로 ‘두바이쫀득쿠키’였다. 말로만 듣던 그 이름, ‘두쫀쿠’. 요즘 제일 귀하신 몸이라고 소문난 그분을 막상 마주하니 얌전하던 내 심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유행에 조금 둔한 편이다. 남들이 열광할 때는 시큰둥하다가 열기가 한풀 꺾이고 나서 뒤늦게 뒷북을 치는 식이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편의점에서 KBO 빵이나 포켓몬 띠부실을 찾아 헤맨 적은 있으나, 그것은 모성이라는 이름의 부채감이었을 뿐 나의 욕망은 아니었다. SNS를 도배하던 ‘두바이 초콜릿’ 열풍 역시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흘려보냈다. 초콜릿을 즐기지 않는 취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굳이’라는 마음이 컸다. 유행이라는 조류에 휩쓸리기보다는 조금은 느리고 투박하더라도 나만의 속도를 지키고 싶었다.
귀하게 모셔 온 두쫀쿠 세 알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 날 아이들과 함께 거창한 개봉식을 열었다. “데우면 식감이 예술이야.”라고 하던 여동생의 말을 떠올리며 전자레인지 앞에서 딱 10초를 기다렸다. 식탁 위로 옮겨지는 쿠키 접시를 따라 아이들도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블로그에 기록하겠다는 일념으로 남편에게 촬영까지 부탁한 터라 쿠키 앞에 서니 은근 긴장이 되었다. 빵칼로 쿠키 머리를 지그시 눌러 반을 갈랐다. ‘서걱’ 카다이프의 질감이 손끝에 전해지고, 녹찻빛 단면이 드러났다. 피스타치오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칼을 내려놓고 쿠키를 양손으로 잡아당기자 마시멜로가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났다.
“와아!”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카메라 렌즈 너머 내 손끝도 덩달아 들썩였다. 고작 과자 하나 자르면서 무슨 거창한 의식이라도 치르듯 정성을 쏟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더 가관인 건 아이들이었다. 요즘 사사건건 시큰둥한 표정만 짓던 사춘기 녀석들이, 숨까지 죽인 채 칼끝을 따라오며 몰입하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두쫀쿠의 맛은 예상 밖이었다. 마시멜로를 녹여 피를 만들었다기에 혀가 마비될 정도의 단맛을 각오했는데, 생각보다 덜 달았고, 고소했다.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를 섞어 만든 속은 첫 입에 환상적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은근한 풍미에 이상하게 다시 손이 갔다. 반 조각에 항복한 남편과 달리, 나는 카메라를 끄고 오롯이 맛에 집중하며 두 번째 조각을 집어 들었다.
입안에서 모래알처럼 까슬하게 흩어지는 쿠키를 씹으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이 작은 과자에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생각해 보면, 중요한 건 쿠키의 맛 그 자체만은 아닌 듯하다. 새로 나온 간식, 한정된 수량, 줄을 서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무언가, 그것을 쥐는 순간 시대의 조류 속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래서 그런 증명을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다리고 나누는 ‘설렘’ 일 수도 있겠다. 전자레인지 앞에서 쿠키가 데워지길 기다리던 찰나의 들뜸, 치즈보다 길게 늘어나는 쿠키 단면을 보며 터져 나온 탄성, 그리고 식탁 위를 가득 채운 웃음 같은 것들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줄을 서서 기다린 것은 단순한 쿠키가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웃을 수 있다는 핑계였을지도.
머지않아 두바이쫀득쿠키의 열풍도 지나가고, 또 다른 유행이 밀려올 것이다. 그때도 나는 아마 한 발쯤 떨어진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겠지.
“대체 그게 뭐라고 또 난리야?”
그리곤 못 이기는 척, 그 유행이 가져다줄 새로운 설렘 속에 기꺼이 합류할 것 같다. 그 작은 소란이 나를 다시 들썩이게 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