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뒤면 22년이 끝난다. 올해 출간 계약을 정리해본다.
올해 1월 중순 계약_ 정말 추운 날. 강추위!
A출판사 홈페이지에 있는 일반 투고 메일로 글쓰기 책 기획안 (목차, 내용 정리)과 원고 1장 (원고지 30매 분량)을 투고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저자 소개도 하지 않고 원고만 달랑 보냈으니까. 특히 그 출판사는 요즘 출간 도서도 많고, 서울 시내 메인에 사옥을 지을 정도로 확장을 하고 있어서 투고 원고도 많을 테니!
그런데 이틀 뒤 메일이 와서, 거절한다는 내용인 줄 알았다. 사실 편집자와 안면이 없어서 출판사 홈페이지로 투고하면 거절 메일도 보내주지 않는다.
회신 메일을 읽었는데 기획안이 너무 신선하고 좋아서 관심이 생긴다며 작가 소개를 부탁했다.
특히 글쓰기 책인데, 선생님과 학생 캐릭터가 웃기고 두 사람이 티키타카를 주고 받으며 글을 배우는 과정이 흥미롭고, 전달을 쉽게 한다고 했다. 아마도 글쓰기 수업 경력이 중요한 책이라 그것을 중점으로 알고 싶어했다.
작가 소개 메일을 보냈더니 흔쾌히 출간을 하겠다며 전체 목차를 보내달라고 했다.
계약할 때 원고 집필 방향을 의논하자고 했다.
기획안만 보고서 흔쾌히 계약해주는 출판사가 고마웠다. 역량을 신뢰한다는 뜻.
그 원고는 전체 흐름을 먼저 잡고, 그 이후 초고를 썼고, 초고가 좋다고 해서 큰 수정없이 구체적인 내용을 다시 수정해서 원고는 완료했다. 내년 신학기에 내려고 했으나 쌤과 어린이의 캐릭터를 살려, 만화를 넣기로 해서 지금 만화를 그리고 있어서 출간을 연기했다. 글쓰기 책인데 만화를 넣으면 어린이들이 쉽게 재미를 느끼도록 하려고!
창작보다 역사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창작에 더 집중해야하지만, 재능이 없음을 확실히 깨달아서 그런 것일까? 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이것 저것 쓰고 있지만 어쩌랴! 이 또한 즐겁게 받아들이자.
한국 고대사부터 천천히 공부 중인데 고대사의 포인트를 정리한 책을 내고 싶었다.
그 지점을 먼저 설명하면 청소년 어린이들이 한국 역사를 더 쉽게 배울 텐데, 그 부분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수업 시간이 부족하고, 선생님들도 모를 수 있는 부분들.
그 지점을 이해해야 문화인류학과 연결이 되면서 인간의 삶이 보이기도 한다.
원고 전체를 쓰고 수정을 하는데 미계약이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서 최근 출간한 역사 책들을 훑어보고 있는데 상위권에 올라온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출판사 편집장님을 잘 알고 있었다. 맞아! 그 출판사도 역사 책을 냈지.
그 출판사와는 청소년문학 청탁 때문에 알게 된 곳.
그 출판사에서 책을 여러 권 낸 친한 선배한테 물어보니, 편집장님이 아주 꼼꼼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그 출판사를 강력 추천!
편집장님한테 메일로 역사 인문학 원고 투고할 때 전체 원고를 보내는지, 기획안과 1장 원고만 보내는지 문의를 했다. 솔직히 민망했다. 청소년문학 하는 사람이 갑자기 웬 역사 인문학? 이런 반응을 보일 듯 해서!
편집장님은 목차와 1장만 보내달라고 친절하게 말씀하셔서, 진짜로 여러 차례 망설이다가 수정한 1장을 보냈다. 발송 후 갑자기 얼굴이 화끈! 너무 수준이 낮다고 할 것 같아서!
혼자 이불킥을 하다가 1시간이 흘러서 휴대전화 메일 어플로 메일이 왔다고! 확인해보니 그 편집장님!
아마도 <원고는 재미가 있는데, 출판사 출간 방향과 맞지 않다고 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친절한 내용, 복사해서 붙여넣는 원고 거절 멘트가 적혀 있으리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클릭!
그런데 원고가 정말 재미있고 문화인류학 코너를 만들면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겠다면 당장 계약하고 싶다고, 통화를 하자고 하셨다. 나를 믿고, 전체 원고도 확인하지 않고 흔쾌히 계약 후 출간 진행을 한다니!
1시간 만에 출간 결정을 내려주는 곳은 처음이었다.
나를 믿어주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러면 나는 더 열심히 분발하는 성격.
행사 때문에 여수에 다녀와야 해서 다음 주에 계약을 하기로 하고, 관련 도서를 급히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이제는 정말 고대사 오류없이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그러면서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니까.
여름에 역사 동화를 썼다. 역사가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인물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기존의 역사 동화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이 너무 민족주의 정신이 투철하고, 어린이답지 않게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욕망도 없고, 너무 착한데, 그런 캐릭터들이 비현실적이라서 나는 현실적이고 욕망하는 아이를 그리고 싶었다. 처음 쓰는 역사 창작!
어느 출판사에서 출간을 할까, 고민하다가 내 원고를 정말 좋아하는 편집자와 인연을 맺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은, 그 편집자의 응원이었다.
나를 신뢰하고 믿어주는 유일한 편집자!
원고 출간하고 싶다고, 역사 동화 속에서 인물이 독특하고 배경도 신선하다고! 우리나라 배경이 아니라!
욕망 없는 착한 아이들이 넘쳐나는 역사 동화 속에서 이렇게 자신의 욕망에 투철한 아이가 재미있다고!
사실 타 출판사에서도 출간하고 싶다는 의견을 줬다.
그 편집장님과 인연을 맺으며, 다시 같이 성장하는 길을 선택했다.
나한테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는 곳. 가장 편한 편집자! 친구처럼 이런저런 부탁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 이런 편집자 한 명을 알고 있는 것도 글을 쓰는 사람한테는 축복이겠지 싶다.
첫 역사 동화에 강한 생명력을 편집자가 불어넣어주리라 기대하며!
그렇게 해서 올해 쓴 3편을 계약했다. 이미 다 초고는 있어서, 수정만 하면 내년에 3편 다 낼 수도 있으나,
아마도 2편만 낼 듯하다. 많이 내고 싶지 않고 좀 더 고치고 다듬고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한 분야에만 집중해도 대성하기 어려운데, 쓰고 보니, 세 종류의 책을 썼구나.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지만, 모두 연결이 된다고 믿으며! 아마도 앞으로 역사 창작 쪽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일주일 뒤 23년이라니! 올해는 정말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