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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튜나 Nov 11. 2023

[메트로폴리스] : 문명의 시작, 도시의 흥망성쇠

인간의 발명품, 도시의 역동성, 인간다움의 무대

    이번 글에서 소개할 책은, 캠브리지 대학(펨브로크 칼리지) 출신으로 역대급 역사학 엘리트라는 평을 받고 있는 '벤 윌슨(Ben Wilson)' 작가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다. 몇 안 되는 블로그 이웃분들께서는 내가 소개하는 책들의 분야가 얼추 비슷하다는 점을 알고 계실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도시와 역사, 특히 도시문명사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앞으로 소개할 몇 개의 책들도 도시와 같은 비슷한 내용들을 주제로 하고 있으니, 이왕 방문해 주셨다면, 도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본 책은, "인류의 과거와 미래는 도시와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작가의 말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인류가 세상에 등장한 뒤, 그들은 도시 생활의 전신으로도 볼 수 있는 부족으로 생활해왔다. 무리지어 다니는 동물들처럼, 인류도 외부의 위협과 미지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생활 방식을 가꿔왔다.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얻으면서, 이들은 더 이상 식량 확보와 안전의 보장을 위해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게 될 필요가 없어졌다. 즉, 종잡을 수 없이 변화하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그들의 생존을 효율적으로 관리, 보장할 수 있는 정착생활을 택하게 된 것이다. 정착생활은 곧 위협적인 변수가 줄어든 안정적인 사회를 의미했으며, 이에 따라 적절한 식량 계획과 운영 체계가 세워지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생산량 또한 늘어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인구 수가 증가하고, 변화된 환경에 따른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관리 체계가  필요해졌다. 이 관리 체계가 곧 도시이자 도시 생활인 것이며, 바로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로 불리는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약 6,000년 전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우리가 도시라고 부르는 것의 원형, '우루크(Uruk)'가 바로 이 곳에 있었다.

    작가는 이와 같은 도시의 원형으로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런던, 뉴욕과 같은 대표적인 현대 도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도시적 에너지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한다.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응축된 에너지는 도시를 도시답게 만들어주는 핵심이다. 이 에너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발전된 도시의 대표적인 공통점이며, 본 책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각 대표의 도시성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본 책을 읽는 독자들은, 대표 도시의 타이틀이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지는가에 집중하면 흥미를 잃지 않고 읽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장에서는 우루크를 통해 도시의 탄생을 집중 조명한다. 우루크는 약 B.C 4000년을 중심으로 등장, 발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 고대 이집트 문명이 존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초의 도시 문명으로 주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연구와 고고학적 발견들을 통해 인구의 밀집, 고도화된 도시 생활, 도시적 관계망 등이 잘 정비되어 있던 도시의 원형으로 평가된다.

    우루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도시문화의 특징은, 도시는 반드시 구성원들의 어떠한 신념체계 혹은 종교를 반영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 본연의 성적 에너지를 도시의 매력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이다. 우루크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거점으로 두었던 수메르인에 의해 세워졌다. 수메르인은 그들의 생활을 기록했고, 이것이 인류 최초의 이야기로 알려져있는 [길가메시 서사시]이며, 이 이야기에 바로 우루크라는 도시가 표현되어 있다. 이 이야기에는 길가메시라는 영웅과 에리두라는 야인, 그리고 이난나라는 여신이 등장하며, 에리두가 정제되지 않은 본능의 자연에서 도시 문명으로 진입하는 장면들이 묘사된다. 에리두를 도시로 끌어들이는 존재는 다름아닌 여신 이난나이며, 에리두는 이난나에 대한 성적, 본능적 끌림으로 인해 도시로 들어가게 된다. 벤은 이와 같이 최초의 도시적 에너지가 발현된 우루크를 소개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6,000년 전의 도시를 마음껏 즐기고 난 뒤, 우리는 2장에서 인류의 초기 성장 무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하라파, 바빌론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비유를 통해 접하게게 될 죄악의 도시, 바빌론을 경험한다. 이후, 역사의 시대적/공간적 흐름에 따라 그리스의 아테네 &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로마, 바그다드를 순차적으로 확인한다. 알렉산드리아까지는 약 기원 30년까지의 도시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로마와 바그다드는 각각 게르만에 의한 (서)로마 제국 멸망, 몽골에 의한 아랍 제국(아바스 왕조) 멸망 시기까지를 보여준다. 이후 세계 도시사의 주 무대는 세계 무역을 통해 포르투갈의 리스본, 동남아시아의 믈라카 지역, 암스테르담으로 옮겨 갔고, 이후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의 런던과 맨체스터에 이른다. 어느새 역사는 19세기 초중반이 되어, 근대 최고의 도시 파리와 뉴욕은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게 되고, 현대적 교외의 아이콘 로스앤젤레스에 잘 넘겨주었으며, 새로운 도시적 삶의 미래를 몸소 보여줄 라고스까지 전달된다. 이 도시들은 모두 각 시대를 대표했으며, 어떠한 상징을 나타낼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내용들은 책에서 더욱 자세히 확인해보기 바란다. 

    기원전 4,000년부터 2022년인 현재까지, 인간은 도시를 떠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밀집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한 곳으로 모은 바로 그 도시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 도시성이 있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이 도시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이지를 대표적인 도시들을 통해 설명한다. 도시를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물리적 공간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 기회를 통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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